당ㆍ정이 4일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을 전격 허용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2~3차례에 걸쳐 이 문제가 정치적 이유로 연기돼 어렵사리 세계 최고로 올라선 국내 LCD산업의 경쟁력이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오는 12월까지 연기돼 있던 이 문제는 여당의 경기도 출신 의원들의 정치력이 강하게 작용해 1~2개월 빨리 해결점을 찾았다. ‘지방 균형발전’이란 국가 중점사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LG가 투자규모를 애초보다 절반 정도 줄인 것도 한몫했다.
허범도 산업자원부 차관보는 이날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허용 배경에 대해 “LCD가 지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2위의 숨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급해진 세계 LCD산업 구도를 제시했다.
한국은 공격적인 투자로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LCD 부문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지만 최근 대만이 바짝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는 실정이다. 2~3차례에 걸쳐 계획된 LG의 투자시기를 늦추도록 했지만 더이상 머뭇거릴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는 다급함이 10년 만에 수도권 규제를 일부 완화한 이유인 셈이다.
하지만 예정된 투자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것은 올초부터 공감대가 모아진 점임을 감안할 때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여겼던 여당이 실제로 움직인 데는 ‘경기도의 힘’이 있었다.
행정수도 이전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수도권 내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수도권 주민들의 박탈감이 커지자 여당 내 경기 출신 의원들이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허용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수도권발전특위원장은 “이번 결과는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노고의 산물”이라고 했고 안병엽 경기도발전위원장도 “균형발전 취지에 부합하면서 수도권 지역의 민심을 감안한 결과”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0ㆍ26 재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이상 수도권 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LG그룹이 국가 균형발전의 취지에 화답, 3조5,000억원의 기존 투자규모를 1조7,000억원으로 줄이고 내년도 지방 투자예정액 1조7,000억원을 서둘러 발표하기로 한 것이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부가 지난 5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 수도권에 25개 업종에 걸쳐 공장 신ㆍ증설을 허용한 반면 “국내기업은 역차별하고 있다”는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