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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피습한 김기종(54)씨가 통합진보당이 속해 있던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의 회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미·통일 등을 주장하는 진보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불똥이 튈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진보 시민단체들은 즉각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며 이번 사건과 선 긋기에 나선 모습이다.
5일 진보 시민단체들은 "폭력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돼서는 안 되며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장 표명은 조심스러웠지만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강하게 선을 그었다. 하루 앞선 지난 4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웬디 셔먼 미국 차관의 일본 두둔 발언을 비판하며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했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미국에 비판할 부분에 대해서는 항의해야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행사를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에 불똥이 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대표는 "이번 테러를 두고 기존의 반미운동 단체와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가 크다"며 "자칫 미국에 대한 반대 운동 등은 물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활동도 이 사건과 같이 묶여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어진 반전평화연대 간사 역시 "이번 사태는 한국의 평화운동에서 해왔던 방식이 아니다"라며 "방법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작년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때도 색깔론으로 흐르면서 진보 단체 활동이 위축됐다"며 "이석기 사태 때 다른 진보 시민단체에도 압수수색이 들어간 것처럼 비슷한 일이 재연될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실 앞에서 김기종씨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 테러 행위를 강력 규탄했다. 자유총연맹도 "동맹국 특명전권대사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폭거"라며 "한미 간 외교 현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외교부에 당부한다"고 논평했다. 동시에 색깔론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용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비뚤어진 표현이고 잘못된 일탈"이라며 "진보 성향 단체들도 테러 행위라고 비판한 만큼 진보 단체와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이날 주한 외교사절이 피습을 당해 피를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무원 박모(36)씨는 "외교적으로 가장 큰 위협을 끼친 사건이 아닌가 싶다"며 "한국에 주재하는 외교관 경호에 허점을 노출한 만큼 엄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생 박준호(28)씨는 "테러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던 우리나라에서 이런 심각한 테러가 일어난다는 게 불안하다"며 "폭력에 강경하게 대처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