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정회 부장검사)는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박모(52)씨 등 전교조 소속 교사 4명을 이적단체를 구성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08년 1월 경북 영주에서 '변혁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교육운동 전국준비위원회(새시대교육운동)'를 결성하고 같은 해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예비교사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북한의 사상에 동조하는 강의와 회의를 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단체는 서울 등 전국 13개 지역대표ㆍ운영위원회 등을 만들어 현재 18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매월 5,000원에서 2만원의 회비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새시대교육운동이 '청소년 통일캠프'등 대외 행사를 열어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내용을 사상 교육한 것으로 파악했다. 교육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ㆍ예비교사를 대상으로도 진행됐다.
특히 이번 기소 대상에 포함된 초등학교 교사 최모(41)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성대국을 위한 투쟁 신념으로 알려진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는 문구를 교실 복도 벽에 급훈으로 걸기도 했다.
박씨 등은 '조선의 력사'등 북한 원전(原典)을 소지하고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발췌해 이를 내부 학습자료로 나눠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북한과의 교육교류를 명목으로 전교조 명의로 여러 차례 방북했으며 이 중 한 명은 26차례나 방북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등은 북한 간부의 연설문 등을 배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단체가 전국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북한 대남혁명론과 사회주의 교육 철학을 추종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주체사상ㆍ선군정치 등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전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 등은 각종 문건과 주고받은 e메일에 '전남의 ㅈ' 같은 이니셜을 쓰고 '공개ㆍ유출금지, e메일발송 삼가'라고 표기하는 등 신원과 자료를 기밀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2009년부터 새시대교육운동의 이적성에 대해 내사를 벌여오다 지난해 1월 박씨 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물증을 확보한 뒤 같은 해 11월 이들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씨 등이 현직 교사인데다 다른 전과가 없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측은 "검찰이 합법적인 활동을 두고 무리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다양한 의견그룹을 만드는 데 공안 당국이 이들의 직책을 구실삼아 모임을 이적단체로 규정했다"며 "새시대교육운동은 전교조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수많은 의견그룹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검찰이 지나치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