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리즘의 명암] 브라질위기 해결사 프라가총재

브라질을 금융 위기에서 탈출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중앙은행의 아르미니오 프라가 총재가 꼽힌다. 42세의 젊은 나이에 1억7,000만 인구의 브라질 중앙은행 총수에 오른 그는 뉴욕 월가에서 펀드 매니저 경력을 가진 인물.페르디난도 카르도수 대통령은 헤알화 절하 직후 구스타보 프랑코 총재를 경질, 프란시스코 로페스씨를 그 자리에 앉혔으나, 금융위기는 조금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카르도수 대통령은 3주만에 월가에서 사람을 데려왔으며 그가 바로 프라가였다. 3월3일 의회의 동의를 얻어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한 프라가는 다음날 금리를 39%에서 45%로 올렸다. 어느 나라건 중앙은행 총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금리 인상이다. 그러나 프라가는 살인적인 금리를 무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을 묶어두고, 환율 안정을 위해 어떤 수단을 쓸 수 있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확인시켰다. 그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브라질을 다시 찾아왔으며, 이에 힘입어 일곱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 20%대로 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 프라가는 미국 동부의 명문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후 브라질 중앙은행에 잠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금융수업을 받은 곳은 뉴욕 월가였다. 그는 월가 투자은행인 살로먼 브러더스를 거쳐 헤지펀드의 거장 조지 소로스 밑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약했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를 맡은 후 미국과 유럽의 채권은행들을 찾아다녔다. 만기가 돌아와도 상환하지 못할 외채에 대해 자신을 믿고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과는 좋았다. 선진국 은행들은 만기 연장은 물론 신규 대출도 선뜻 내주었다. 98년초 선진국 채권은행들이 미국 재무부의 압력에 마지 못해 한국의 외채 만기를 연장해준 것과 대조적이다. 월가 은행들은 그를 한 배를 탄 사람으로 인식했고, 그 역시 월가 사람들과 연이 닿아 있었다. 또 프라가는 중앙은행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태국과 한국 중앙은행이 환란을 겪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더 큰 위기를 초래한 사실을 거울로 삼았다. 그는 조그마한 통계, 정책이라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고, 기자들의 어떠한 질문에도 답변했다. 그는 금융시장의 속성을 잘 이해한다. 국제금융시장의 동료들이 그에게 이것저것 항의하면 『나도 얼마전까지 당신 편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는데, 이젠 나를 좀 도와달라』고 말한다고 월가 펀드 매니저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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