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미FTA 본협상] ⑤ 미국의 협상 전략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가운데 최고 수준이 되도록 한다."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FTA 협상 미국측 수석대표인웬디 커틀러 대표보는 물론 미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최고 수준'이란, 가장 개방도가 높고 광범위한 포괄적 협정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미국이 체결한 FTA는 대부분 경제 규모는 작아도 국제 안보전략 면에서 중요한나라들을 지원하려는 목적이었던만큼 경제 논리보다는 국제정치 논리를 우선 적용했었다. 그러나 한국의 세계 10-11위권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한미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래 '오랜만에' 미국에 실질적인 경제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으므로경제 논리로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최고 수준' FTA는 의회의 보호무역주의와 FTA 반대 흐름을 감안할 때 의회의인준을 받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커틀러 대표가 최근 한미 FTA에 관해 말할 때마다 다른 FTA와 구별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강조점은 한국의 "독특한(unique) 성격의 비관세 장벽"의 존재. 한미 FTA는 무엇보다 이 비관세 장벽을 타파하는 것을 핵심 공략 목표로 하고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사전준비협의에서 FTA 본협상을 위해 17개 분과 구성에 합의하면서상품무역 분과내에 자동차와 의약품.의료기기 분야를 다루기 위한 2개의 별도 작업반을 구성하는 것을 관철시킨 데서도 드러난다.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단순히 수입관세가 문제가 아니라, 국내세에서 배기량에따른 누진과세 등이 대형 위주의 미국산 차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근원적인 비관세장벽이라는 인식에서 FTA를 통해 한국내의 자동차 세제까지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20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주최한 한미 FTA 공청회에서 전미제조업협회(NAM)가 문제삼은 "한국의 재벌들의 광범위한 반경쟁적 관행과 행태"도 커틀러대표가 주된 공략목표로 삼은 "한국의 독특한(unique) 성격의 비관세 장벽"에 포함된다. 미국의 무역전문 온라인 매체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에 따르면, 한미 FTA를 앞두고 미 업계가 미 정부에 제출한 의견이 100건이 넘는데, 이들 업계는 무엇보다 "삼성, 현대, SK 그룹이 한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경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한미 FTA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 업계는 또 한국내 규제의 불투명성도 FTA를 통해 손봐야 한다고 벼르고 있어,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측의 재벌과 규제 개혁에 대한 요구와 한국 정부의 관련개혁 정책간 일치와 불일치의 범위가 주목된다. 한미 FTA에서 미국의 최대 취약분야는 경트럭 품목에 대한 미국측의 25% 고율관세와 섬유산업의 13% 관세가 꼽힌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한미 FTA가 한국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없애지 못할 경우미국 자동차 시장만 여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한미 FTA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미가 한국의 FTA 민감분야인 농업부문 개방 문제와 주고받기를 통해미국측은 경트럭 관세를 다소 낮추고 한국측은 농업부문의 완전개방은 늦추되 시장접근을 확대하는 선에서 타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 FTA에서 강한 정치적 색채 때문에 최대 협상 걸림돌로 간주되는 개성공단원산지 문제의 경우, 미 무역대표부측은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간 협정"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으나,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모두 북한의 인권.노동, 대북 현금 유입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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