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PC업체,양판점에도 직접 공급/삼보·LG­IBM,매출부진 타개책

◎삼성,대리점 반발고려 “체제 고수”대세인가, 일시적인 현상인가. 올들어 유례없는 불황에 허덕이는 대형 PC업체들이 「양판점에는 직접 물건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기 시작했다. 삼보컴퓨터·LG­IBM 등 대형 PC업체들이 최근 컴퓨터 양판점인 해태I&C와 두고정보통신(컴마을)에 직접 PC를 공급한데 이어 오는 10월초 1호 매장을 여는 티존코리아에 대한 제품 공급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자사의 대리점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펴왔던 「양판점 옥좨기」라는 기존 정책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유통정책의 상당한 변화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업계 일부에서는 이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주요 컴퓨터 유통형태로 자리잡은 양판점이 국내에서도 본 궤도에 올라서는 전주곡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세진컴퓨터랜드 돌풍 이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컴퓨터 양판점은 특정 업체의 제품만을 판매하는 대리점과는 대립되는 개념으로 브랜드에 상관없이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종합 유통형태다. 그러나 국내 PC 업계의 경우 삼성·삼보·LG 등 대형 PC업체들은 자사의 대리점 체제의 붕괴를 염려해 양판점 유통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그 결과 양판점들은 업체의 본사가 아닌 대리점으로 부터 비공식적으로 물건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절름발이 영업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보이지 않는 도원결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양판점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2·4분기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PC 업체들이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양판점을 또다른 유통망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대리점 위주의 기존 정책을 수정하고 차별화한 대리점­양판점 이중 유통정책을 마련했다. 정철 삼보컴퓨터 부사장은 『고객층을 초보자와 파워유저로 나눠 양판점에는 옵션이나 AS권리를 줄인 저렴한 가격의 파워유저용 제품을, 대리점에는 모든 필요한 기능을 담은 초보자용 제품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대리점 체제를 상대적으로 깨기 힘든 삼성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양판점에 대한 선점 작업에 들어갔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양판점을 키우는게 삼성의 대리점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대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삼성은 다른 업체보다 훨씬 많은 1천여개의 「C&C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어 양판점에 대한 지원 정책은 곧바로 대리점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삼성의 시장 장악능력에 비상 등이 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양판점에 맞설 수 있는 대형 대리점 「리빙프라자」를 확대하고 기존 대리점의 통합을 유도하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PC 유통은 과도기에 놓여 있다』며 『대리점 체제가 너무 견고하고 양판점의 체질이 아직 허약하기 때문에 양판점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양판점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양판점에 대한 대형 PC업체의 정책이 어디로 뛸지 주목된다.<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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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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