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잉 선거공약 우려한다/박진근 연세대 교수(송현 칼럼)

여야의 대선체제 정비가 본격화되어 가고 있다. 신한국당 국민회의 자민련 등 여야 3당은 지난주부터 대선기획팀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고 있다.이에따라 「12월 대회전」에 대비한 각 정당의 정책공약이 보다 구체적으로 다듬어져 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에 있었던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로는 다음번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일치된 바람이다. 그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제문제에 관한 국민들의 식견과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민심의 동향은 대권주자들은 물론 앞으로 새롭게 선출될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의 실상과 그 배후에 있는 구조적 특징 및 국제적 여건 등으로 보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야말로 「참된」 경제대통령이 되기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대통령을 갖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이번에 처음으로 표출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는 지난번 대선때인 92년 이맘 때에도 매우 간절한 것이었다. 90년부터 91년에 걸친 내수의존형 고율성장으로 연평균 9%를 크게 능가하던 경제성장률이 92년 상반기들어 7%대로 급격히 냉각됐다. 특히 4·4분기 들어서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악화되었고, 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은 마이너스 10%에 달했으며 시중 장기금리는 15%선이었다. 이와같은 당시의 경제상황은 2차 석유파동의 충격으로 마이너스 5%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80년을 제외하면 60년대 이래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렇게 볼 때 정확히 5년만에 반복되는 「경제난국속의 대정치행사」에서 각 정당의 경제정책 제시는 과연 어떠한 것이어야 하며, 더 나아가 일단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러한 정책의 효율적 실행을 위한 기본자세는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 가는 값비싼 5년전의 경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당시 대권후보들이 제시한 경제부문 선거공약은 그야말로 「과잉공약」의 남발이었다. 그 결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후 공약실천을 위한 노력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문민정부의 경제정책은 체계성, 일관성 및 지속성을 모두 상실하였고 급기야는 오늘의 경제상황을 낳게 된 것으로 보아야 옳다. 80년을 제외하면 최악의 경제상태에서 출발한 문민정부가 쓰러져가는 중소기업들을 긴급히 지원하고 연간 7%의 중성장, 3%의 물가안정 및 건실한 경상수지 흑자기조의 정착을 핵심지표로 하는 「신경제 5개년계획」을 통해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할 중장기 목표와 과제를 제시한 것까지는 매우 의미있는 정책 제시였다. 그러나 93년 하반기 이래의 경기회복 국면이 94년과 95년의 무리한 고율성장으로 연기되는 과정에서 선거공약과 문민정부 경제정책의 핵심기저인 「신경제」 개념은 적어도 거시지표면에서 완전히 실종되고 말았다. 더욱이 경상수지와 물가를 희생시키면서 이룩한 거품경제를 대상으로 추진된 각종 경제개혁과 자본시장 개방 조치 등은 경제의 효율적 운영을 오히려 저해하기까지 하였으며 참된 의미에서의 구조조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와같은 값비싼 경험에서 이것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귀중한 교훈을 얻어야만 한다. 과거 2차 석유파동 이래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과 내실화의 과정을 한번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비효율성과 구조적 모순들을 축적해 왔다. 93년은 그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경제의 출발 계기가 될 수 있었고 그 후 몇년간은 매우 전략적인 조정기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기간동안 우리는 과거의 3저 현상에 의해 과대포장된 우리 경제를 다시 거품으로 호화장식하고만 것이다. 향후 2∼3년간은 21세기 우리 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2월 대회전」에 대비한 각 정당의 정책공약이 경쟁적인 과잉공약이 아니라 경제문제의 참된 해결을 위한, 그리하여 참된 경제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진실된 것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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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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