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역사는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종황제가 타기 위해 수입한 캐딜락이 국내에 상륙한 첫 자동차였다. 1915년 일본인 곤도가 포드 「모델T」를 들여오면서 운송사업이 시작됐다.55년에는 국내 최초의 자동차인 시발이 탄생했다.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신진자동차가 만든 시발은 미군의 불하트럭이나 짚차를 재생조립하는 수준으로 수공업 방식이었다. 62년 설립된 새나라자동차는 재일교포 박노정씨가 닛산과 기술제휴를 맺은 회사로 닛산 블루버드를 본뜬 새나라를 조립생산했다. 비록 일본으로부터 모든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만 하는 CKD방식이지만 국내 처음으로 근대적 개념의 생산라인을 적용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46년 문을 연 현대자동차공업사는 67년 현대자동차로 다시 태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산업에 뛰어든다. 미국 포드사와 기술 계약을 체결하면서 울산에 공장을 건설했다. 우선 포드의 1,600㏄급 코티나를 최초의 생산제품으로 선정, 68년 11월 국내 기술만으로 코티나 1호를 조립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국내 자동차산업은 새나라를 인수한 신진과 현대,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등 여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다. 신진이 도요타와 제휴한 코로나와 신진짚, 현대의 포드20M, 기아의 3륜차 등이 당시에 생산된 제품들이다. 정부는 67년 기계공업진흥법, 69년 자동차공업육성기본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자동차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
74년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가 개발돼 한국을 세계에서 16번째의 자동차 고유모델 생산국으로 올려놓았다. 포니는 국내 승용차시장의 50%를 차지하며 자동차 대중화에 기여했다. 또 76년 에콰도르에 5대를 수출, 처음으로 자동차 수출의 길을 열었다.
80년대 초기 국내 자동차산업은 큰 장애물을 만났다. 80년의 2차 석유파동으로 경영위기를 맞는다. 설상가상 81년 정부의 자동차 공업합리화 조치로 지정차종만을 생산하게 된다. 당시 현대와 새한은 승용차와 픽업, 기아는 1~5톤 트럭과 경형버스, 동아는 특장차, 아시아는 방위용 차량만을 생산하면서 막대한 유휴불용자산을 낳았다.
80년대 후반 국내 자동차산업은 다시 활기를 띤다. 현대의 엑셀은 미국시장에 무사히 안착했고 96년에는 연간 자동차 수출 100만대시대를 열게 된다. 90년대들어 자동차 보유대수도 꾸준히 늘어나 97년에는 1,000만대를 돌파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산업은 최근 다시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고 삼성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우자동차도 해외업체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아 21세기 국내 자동차산업은 다시 재편될 양상이다.
최원정기자BAOBA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