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세계 외환보유액 통화별 구성’(COFE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 중앙은행들이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등 기타통화를 확충한 금액은 301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달러를 늘린 규모는 315억달러였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그 차이가 14억달러에 불과했다면서 이는 1999년 이후 최소 폭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에서 기타통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1.6%에서 지난해 4ㆍ4분기 6.1%로 크게 늘었다. 특히 2010년에는 4.4%를 기록, 영국 파운드화(3.9%)와 일본 엔화(3.7%)의 비중을 앞질렀으며 이후 이들 통화와의 비중 차이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또 유로 비중은 2010년 이후 26.0%에서 23.9%로 감소했고, 달러는 61.8%에서 61.9%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1999년 71.0%였던 것에 비하면 10%포인트 가까이 급감했다.
IMF의 COFER 통계에서 분석하는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는 미국 달러ㆍ유로ㆍ영국 파운드ㆍ일본 엔ㆍ스위스 프랑ㆍ기타통화로 분류되며 중국은 제외된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다른 국가의 국채 및 현금, 예금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이 기타통화를 확충하는 것은 4대 기축 통화권인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ㆍ영국ㆍ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들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11년 52%로 10년 전보다 17%포인트 감소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수년 내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할 만큼 경제가 회복됐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중앙은행들의 달러 비중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최근 2년 사이에 강등된 반면, 호주와 캐나다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모두 ‘AAA’ 등급을 받고 있다는 점 역시 중앙은행들이 기타통화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씨티그룹의 주요 10개국(G10) 통화 담당 전략가인 그레그 앤더슨은 “호주 달러와 캐나다 달러가 특히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이들 퉁화가 신용도와 수익률에서 보다 양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IMF는 지난해 11월 호주달러와 캐나다달러를 ‘준비통화’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