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선심성 정책이 시장왜곡 불러

시행에만 급급, 주먹구구식 수요예측 한계<br>서민소외등 제도 시행 초부터 문제점 노출<br>기금 증액통한 자금 수혈도 미봉책 그칠듯

14일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이 시행 35일 만에 중단된 것은 정부의 선심성 정책이 시장을 왜곡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아울러 정부의 주먹구구식 수요예측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기금을 증액해 수혈함으로써 급한 불을 끄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주택대출 시장이 왜곡된 이상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생애 첫 대출’을 2년 만에 전격 부활시키면서 내세운 논리는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으로 얼어붙은 건설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고, 나아가 서민 주택마련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정부의 제도 시행 자체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에 생애 첫 대출 제도가 폐지된 이유를 돌이켜보면 중복지원 등 제한된 국민주택기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며 같은 이유가 이번 제도 재시행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이 제도는 처음부터 문제점이 노출됐다. 생애 첫 대출에 대한 수요 팽창은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집값의 70% 내에서 최고 1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는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4.7~5.2%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등 대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저리 자금이 모기지론 등 장기주택금융시장을 왜곡시키며 수요를 폭발시킨 셈이다. 아울러 영세 아파트나 단독ㆍ연립주택 등이 대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데다 대출 대상자를 연소득 5,000만원까지의 중산층으로 넓히면서 실제 서민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건교부는 생애 첫 대출 신청이 폭주하자 기금을 증액함으로써 대응했다. 처음 2조원이었던 목표금액을 3조2,000억원으로 늘렸지만 쏟아지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정확한 수요예측도 없이 정책을 시행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 건교부는 또다시 재원 증액을 기획예산처와 협의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부랴부랴 금융기관에 공문을 보내 대출 중단부터 지시함으로써 또 다른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생애 첫 대출의 재원은 국민주택기금이다. 이 기금은 정부가 주택건설종합계획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지난 81년 설립한 공공기금이다. 임대주택을 포함, 전용면적 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건설할 때 건설업체에 저리 대출되거나 전세자금 또는 아파트 중도금 융자 등에 쓰이고 있다. 또 저소득 영세민의 주택마련과 주거환경 개선사업, 주택시장 안정 등에 폭 넓게 사용된다. 재원은 주로 정부의 출연금 또는 연금기금으로부터의 예탁금, 국민주택채권 및 주택복권 발행, 청약예금 등을 통해 조달한다. 이번에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이 바닥을 드러낸 것은 생애 첫 대출뿐만 아니라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 및 근로자 중도금 자금대출 등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부족한 재원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지 않은 채 생애 첫 대출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대출중단 사태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불편과 항의에 직면한 것은 물론 의욕적으로 재개한 제도에 오명을 남기게 됐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과 농협 등 해당 대출을 취급하는 3개 금융기관이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간 접수한 생애 첫 대출 신청건은 1만6,122건으로 8,496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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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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