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은 전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가운데 두 번째로 흔한 암이며 세계적으로는 2분마다 1명씩, 국내에서 하루에 3명씩 사망하는 대표적인 여성암이다. 이 질환은 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을 차단할 수 있는 백신이 있다는 것.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피부 접촉으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HPV는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릴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50여종 이상의 HPV가 알려졌으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약 15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HPV 16과 HPV 18 두 바이러스는 약 70%의 자궁경부암에서 발견돼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시판되는 예방백신을 접종 받으면 이 두 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HPV 백신 접종을 통한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는 최대 98%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HPV로 인해 유발되는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가가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나라들의 HPV 백신 접종률을 살펴보면 미국은 57%(13~17세) , 영국은 75.4%(12~20세), 호주(12~17세)는 무려 83%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이상증상이 나타났다는 보도 이후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졌으며 지난해 4·4분기 관련 백신의 접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세계보건기구와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상반응과 백신의 인과관계를 조사한 결과 해당 증상과 자궁경부암 백신은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에서도 이상 없다는 발표를 했지만 불안심리 탓에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캐나다(18.7%)와 이탈리아(14.2%), 미국(0.1%), 독일(0.4%)은 같은 기간에 백신 접종이 오히려 증가해 불안감이 일본과 우리나라에 국한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 소아과학회와 질병통제예방센터, 예방접종 자문위원회에서는 11~12세 소녀에게 의무적으로 HPV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해 이상증상과 백신이 관계없음을 방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접종을 시작했다면 이른 시간 안에 마무리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3회 접종을 완료해야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의 경우는 2회 접종만으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최근 발표돼 2회 접종 일정이 식약처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여학생의 경우 서둘러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비용과 효과 모든 측면에서 유리하다.
유병욱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자궁경부암 발생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기검진을 통한 전암 단계에서 발견되는 환자들이 많아 실질적으로는 자궁경부암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자궁경부암은 여전히 여성들이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정기검진·예방교육과 더불어 백신 접종을 통한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