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잃어버린 경영학 역사' 복원

미야타 야하치로 지음, '경영학 100년의 사상'경영학의 역사는 매우 짧다. 산업혁명 이후 기업의 경영 및 조직관리와 생산방식에서부터 경영이념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생산현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100년을 넘지 못한다. 대신 이들 문제에 대한 연구 및 해석은 경제학의 몫이었다. 그 결과 경영학은 경제학에 종속된 학문으로 치부돼 왔고, 그에 따른 기업과 경영에 대한 인식적 오류 또한 적지 않았다. 일본 경영학자 미야타 야하치로의 '경영학 100년의 사상'은 경제학에 가위눌린 경영학의 인식적 오류를 바로잡는 동시에 지난 100년간을 풍미한 경영학 대가들의 사상적 면모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경영이론 대가들의 저술과 사상을 재해석해냄으로써 과거 자본가와 기업에 씌워졌던 사회적 편견을 불식하는 것, 세계적 차원에서 초강국과 후발국이 공존 공생할 수 있는 21세기형 경영학의 발전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저술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은 과거 100년간의 경영학 이론서 30권을 뽑아 각각의 책들을 통해 경영학의 역사를 조감한다. "사업가의 본질을 잃어버렸다"며 금융업에 통렬한 비판을 가했던 헨리 포드, 행동과학적 의사결정론을 창조한 체스터 버나드, 매니지먼트 이론의 체계화를 처음으로 시도한 피터 드러커 등 귀에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경제학의 이론에 의한 경영학의 왜곡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저자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꼽는다. 미야타는 이에 반발해 '사적(史的) S커브'라는 이론 틀로 기업경영의 사적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요약하면 기업은 과정의 효율성이라는 내부적 관심에서 사회적 자원배분이라는 외부효과에 관심을 돌리고, 나아가 문화와 이념의 정립을 통한 세계화에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윤극대화'라는 원칙은 경제학이 경영학에 강요한 논리일 뿐 기업 고유의 원칙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미아탸의 관점은 행동과학적 의사결정론의 창시자 버나드의 사상과 맞닿아 있다. 버나드는 경제학의 과도한 추상화, 즉 기업의 목적은 극대 이윤의 추구에 있다는 경제학이 경영학에 강용한 인식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버나드는 "경영자는 물론, 조직의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경제이론에 의한 이윤 지상주의라는 일방적인 기업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산업사회는 실패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인간사회의 실패로 연결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올바른 경영학의 정립을 위해 남는 문제는 경제학과 경영학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미야타는 이에 대한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그 중 버나드의 조직론이 지닌 가치를 인정하는 것을 첫번째로 꼽는다. 버나드는 1938년 저술한 '경영자의 역할'에서 "기업의 관리능력이라 할 수 있는 리더십의 핵심은 도덕성에 있다"고 단언했다. 두 번째 방법은 경영학의 분석대상을 이윤이나 기업이 아닌 인간으로 확대함으로써, 심리적인 요소를 기점으로 하는 새로운 경영학을 구축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리즘에 매몰되지 말고 자기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경영학이 전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글로벌리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미야타는 "글로벌리즘의 주장은 주권국가라고 하는 존재가 소실되고, 국가가 하나의 지방과 같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상태가 돼야 비로소 성립 가능할 뿐 아니라, 국가 주권을 대체하려는 시도 역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면서 "모든 국가와 민족에게 기본적 인권과 다양성이 인정되어 공존ㆍ공생할 수 있는 세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미국 중심의 경제논리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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