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로봇산업 발전 하려면…

지난 11일 저녁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30~40대 청장년층 부산 시민들이 한 만화영화에 열광했다. 이들이 초ㆍ중학생 때 열광했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V’가 30년 만에 디지털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로보트 태권V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한국인에게 태권V의 중요성은 비단 만화영화ㆍ문화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차세대 로봇 산업이라는 신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 캐릭터 ‘아톰’은 우리의 태권V에 비교된다. 일본이 혼다의 아시모 등 인간형 로봇 산업에서 최강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만화 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가 이를 현실에서 실현해보고자 꿈꿨기 때문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로봇 산업은 우리 생활 곳곳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과 기계ㆍ소재ㆍIT 등 다양한 하위분야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향후 자동차산업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상품들도 이어지고 있다. 애완용 로봇 강아지부터 청소 로봇, 가정교사 로봇 등등. 하지만 이 제품들을 구입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스스로 움직이고 말도 해 신기했지만 곧 실망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이 생각해온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인간형 로봇 ‘휴보’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마루ㆍ아라’를 보고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처음에는 이들이 걷거나 악수를 하는 데 놀랐지만 단순하고 불편해 보이는 동작에 곧 싫증을 느낀 것이다. 이는 영화에서 본 로봇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데서 나오는 불일치다. 영화 속 로봇이 오히려 현실의 로봇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개당 100만~200만원에 불과한 로봇 청소기가 아톰처럼 행동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오히려 로봇 청소기는 좀 더 진화된 전자제품이고 휴보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라고 하면 어떨까. 태권V를 타고 하늘을 날며 아톰과 친구가 되는 세상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국민들의 참을성 있는 현실인식과 꾸준한 연구개발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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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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