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기관 구조조정 초장부터 바짝 죄야

새 정부가 방만경영과 낙하산 인사로 따가운 눈총을 받는 공공기관을 수술대에 올렸다. 정부가 8일 내놓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은 경영쇄신에서부터 낙하산 인사 근절과 재무개선에 이르기까지 전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이번에 제시된 대책의 얼개는 과거에도 없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에 투명성 제고와 경영쇄신, 대국민 서비스 개선이라는 큰 목표를 제시했지만 따지고 보면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개혁 또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줄곧 추진해온 사안이다. 타이틀만 합리화로 바뀌었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의 개혁이 지속적 추진과제라는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동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눈에는 아직도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비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 공기업을 두고 '신의 직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십년 넘도록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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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 도입이다. 유사 중복기능을 조정하고 필요하다면 심지어 기관 통폐합까지 염두에 둔다고 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어렴풋한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추진속도와 강도에 따라서는 공공기관에 태풍의 눈이나 다름없다. 최근 논의 중인 정책금융 공기업 기능조정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공공기관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질책해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맥은 제대로 짚었으나 실천 여부가 관건이다. 구조조정 1순위에 오른 금융공기업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정치권 줄대기 같은 조직적 로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개혁과 쇄신을 외쳤지만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흐지부지되기 십상이었다. 정부와 정치권ㆍ공공기관 간 유착의 뿌리가 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은 사안의 속성상 임기 초반에 밀어붙이지 못하면 개혁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기 마련이다. 초장부터 바짝 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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