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은행 고객의 분류

‘관계금융(RBㆍRelationship Banking)’이 미국과 한국의 은행권에서 일상적인 말이 돼가고 있다. 관계금융이란 고객들에게 다수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결과 고객이 은행에서 많은 상품을 구입할수록 다른 금융기관을 찾는 일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명의 고객에게 다수의 상품이 판매되므로 제품당 수익도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의 문제점은 고객 대다수가 관계금융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과 고객의 관점에서 둘 다 존재한다. 은행은 관계를 금융상품의 수와 연관해 보는 경향이 있다.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관계가 더 깊어진다는 식이다. 문제는 많은 고객들이 지역은행의 고객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은 중앙집중적인 조직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은 지역적인 접근을 차단당하고 소원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금융은 실망감을 느낀 고객과 은행을 연결하는 다리가 돼야 한다. 현재 동네 곳곳마다 매우 많은 은행 지점이 있기 때문에 편리함을 내세워 경쟁에 나서는 시대는 지났다. 관계금융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관계금융의 개념은 자산이 많은 고객부터 서민들에까지 폭넓게 적용된다. 고객들은 관계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인식한다. 고객들은 관계를 믿음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그 과정의 첫 단계는 안전이다. 고객들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없다면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안전은 또 고객들의 금융정보를 잘 보호하는 것도 의미한다. 고객의 정보는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 제공돼야 한다. 고객들은 또 은행이 사업을 전문적이고 우호적인 방법으로 수행하기를 바란다. 은행은 고객과의 약속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고객들이 은행의 제안이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보듯 믿음과 신뢰 등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다. 그러면 은행은 고객들을 어떤 기준에서 다뤄야 할까. 핵심은 고객 분류다. 각자의 고객들이 동일한 요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학력이 높고 재산이 상당한 고객들은 은행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고객들은 금융지식도 해박하다. 그들은 은행이 예금과 대출 등 몇몇 기본적인 서비스만 제공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자산관리와 관련해 이들 고객은 은행보다는 자산관리회사를 선호한다. 이런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판매하기를 원하는 은행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금융지식과 자산이 부족한 고객은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입할 능력이 없다. 이런 그룹에는 기본적인 금융 패키지가 보다 적당할 것이다. 그 중간에는 은행에서 다수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고객이 있다. 그들은 상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돈을 쓰고자 한다. 이런 고객들을 발견하는 것이 관계금융을 시작하기 전에 필수적인 요소다. 모든 사람이 관계금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폰뱅킹에 전화를 걸었다고 가정해보자. 은행원이 주목해야 할 첫번째 사항은 컴퓨터 스크린의 색깔이다. 고객은 네다섯 가지의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다. 붉은 화면은 잠재력이 우수한 우량고객을 의미한다. 흰색 화면은 금융에 대해 최소한의 필요만 가지고 있는 고객이다. 다른 색상들은 그 중간에 위치한 고객들을 의미한다. 각 색상의 화면은 또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중간에는 고객의 재정상태가 나온다. 그리고 왼쪽에는 고객이 현재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 오른쪽에는 미래에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 표시된다. 요컨대 은행은 개인 고객에 대해 수많은 연구를 해야 하며 이를 ‘프로파일링’이라고 부른다. 프로파일링이 잘돼 있으면 고객의 전화를 받은 직원은 그 고객이 은행에 얼마나 중요한지와 어떤 상품을 구입했는지, 그리고 어떤 상품을 추가로 팔 수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게 된다. 프로파일링에서 재정상태나 재산 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듣는 기술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은행원이 고객을 만나는 모든 순간은 프로파일링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은행은 고객의 요구를 보다 잘 충족하게 된다. 고객이 오래된 자동차의 엔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같은 정보는 그 고객이 장차 새로운 자동차 대출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즉각 프로파일링돼야 한다. 만약 고객이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는 아들이나 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는 학자금 대출이나 자녀들의 신용카드에 대한 말들을 꺼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관계금융은 좋은 생각이기는 하나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또 고객들이 정확하게 분류돼 있다면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고객에 대한 분류가 끝나면 프로파일링이 필요하다. 명백한 점은 프로파일링은 관계금융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들에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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