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MB '박정희식 성장' 때리기?

세계검찰총장회의 개막식서 "압축성장으로 공정성 다소 훼손"


이명박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의 압축성장에 대한 비판적 평가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30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제4차 유엔 세계검찰총장회의 개막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압축성장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정의와 공정성의 가치가 다소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 단계 높은 경제성장과 더 깊은 민주주의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인프라가 필요한 때"라며 "공정한 사회는 특권과 편법을 없앰으로써 모두가 균등한 출발의 기회를 갖고 땀 흘린 만큼의 대가를 얻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축성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 국정철학으로 제시하며 시작됐다. 이후 간접적으로 압축성장의 부작용 등을 말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공정사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18일 첫 공정사회회의를 주재할 당시 이 대통령은 "압축성장 시절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불필요한 비용으로 여겨졌다"며 압축성장 자체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3일 제3차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는 "오랜 기간 압축경제 성장과정에서 소득을 높이는 데는 전력을 쏟았는데 공정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며 "자칫 사회의 나쁜 관례가 젊은 세대도 물들게 할 수 있고 그러면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된다"고 말해 압축성장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전관예우 등의 부조리가 드러난 저축은행 사태 이후 압축성장에 대한 비판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13일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압축성장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정과 비리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15일 자유총연맹 청와대 오찬, 27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조찬회담, 30일 세계검찰총장회의까지 압축성장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압축성장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후반기 국정철학을 '공정사회'로 잡은 후 저축은행 사태 등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와 부조리에 이어 사회적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과거 정권의 압축성장으로 단순화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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