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속철 건설 재고해야/박승록 삼성경제연 연구위원(서경논단)

단군이래 최대공사, 경부고속철건설의 사업비 증가와 부실이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시속 3백㎞로 서울∼부산을 2시간내외에 연간 1억8천만명이나 실어나를 수 있다니 가슴벅찬 일이다. 하지만 사업초기인 89년에 「공사비 5조8천억원, 98년 완공」에서 93년에는 「총공사비 10조7천억원, 2001년 완공」으로 바뀌었다. 또 최근에는 「총공사비 17조∼18조원, 2004년 완공」이라지만 그나마 확실치 않다.○전체의 70%가 부실 전체 공정의 10%를 완공한 지금 외국감리회사의 안전점검 결과 전체 구조물의 약 70%가 부실시공되었다고 한다. 비행기 이착륙 속도보다 빠르다는 고속철 건설에 건설사들이 제대로 된 설계도면도 없이 「적당히, 대충」하는 토목술로 참여할 때 짐작된 일이다. 고질적인 건설관행으로 보아 당연한 것이다. 더욱이 알스트롬사와 계약했던 테제베(TGV) 철도차량은 이미 생산되어 조만간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아직 고속철도 차량을 보관할 장소도 없는 것이 국내 사정이다. 관련기관의 무계획성에 분노와 슬픔마저 느낀다. 계약전 프랑스 정부가 약속했던 우리의 고문서 반환은 아직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 공기업 민영화과정에서 국내기업은 한국기업이란 이유로 인수하려던 기업을 포기해야 했다. 이런 해프닝을 보노라면 분노와 슬픔은 허탈로 바뀐다. 한 나라의 국가운영 시스템이 어찌 이 모양인가. 어찌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이렇게 천대를 받는가. 고속철 건설과정이 보여주는 모습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 원래 고속철은 6공말기 업적과시를 위해 추진되었다. 선진국에서 10년이상 걸린다는 기본설계를 단 1년만에 끝냈다. 92년에 착공한 뒤 1년반이 지나서야 차종이 결정되었다. 차종선정시 우리가 「최고」를 좋아한다는 것을 간파한 TGV는 세계 최고 속도를 경신해 주었다. 평지가 많은 프랑스 지형과 산지가 많은 우리 지형의 차이는 외면되었다. ○기본설계 1년만에 끝 89년 기술조사를 한지 불과 3년만에 착공하였다. 토론과정도 없었다. 실시설계와 부지매입도 안된 상태에서 지도위에 선만 그었다. 기본설계도 안된 상태에서 대전 대구역사의 지하화, 경주노선, 상리터널공사구간의 노선수정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기술부족으로 폐광지역은 피해 가겠다고 한다. 부실공사는 대충 고쳐 마무리하면 된단다. 고속철건설과정에 문제가 생겨도 관련부처는 고속철건설공단에, 건설공단은 감리회사·시공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니 예산낭비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언제 국가·국민을 위해 예산절약에 신경썼던가. 국책사업인 남강댐 용담댐 김해공항건설비용도 초기 사업비의 3∼5배가 더 들어갈 것이다. 고속철건설의 부실은 차치하고 공기지연과 설계 변경으로 증가된 사업비는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철도를 몇개 더 건설할 규모이다. 일찍이 경부고속도로는 우리의 고도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현재 SOC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은 고속철도와 같은 획기적 SOC확충을 절대 필요로 한다. 그러나 건설과정에서의 부실과 비효율로 인한 지나친 사업비 증대는 오히려 국가경제에 막대한 짐이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3시간에 가야할 바쁜 사람이 연간 1억8천만명이나 될까. 1천만 서울시민이 뭐하러 매년 18번씩이나 부산에 갈까. 비행기, 새마을호를 이용해도 4∼5시간이면 족하다. 간편한 핸드폰도 보급되어 있으며 화상회의도 쉽게 하는 세상이다. ○확신없으면 그만둬라 아무튼 새로 조사된 사업비 규모에서 추가부담이나 공기지연, 부실이 없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왠지 확신이 없음은 기우일까. 확신이 없으면 지금 당장 그만두자. 10%에 불과한 공정률로 볼때 이미 투자된 1조8천억원이나 공사중단으로 인한 위약금은 추가적 사업비 증가에 비해 미미하다. 국가위신의 실추도 일시적이다. 일시적 국가위신 실추는 국부의 증가수단이 된다. 미숙할 때는 실수하면서 성장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 세대는 이런 실수를 경계할 획기적 관광자원이나 개발하자. 관광열차로 운행되는 증기기관차가 고속철도 차량을 끌게 하자. 차량에는 다음과 같은 현수막을 내걸자. 「이것은 단군이래 최대 실패작, 후손은 이런 실수 다시 하지 마소서.」 각성한 후손들은 유사이래 최대 성공작을 이 땅에 남기리라. 철로주변은 아마 유례없는 볼거리에 인산인해를 이룰 거다. ▷약력◁ ▲56년 경북 영주생 ▲82년 고려대 경제학과, 고려대학원 경제학과졸 ▲93년 미 노든일리노이대 경제학박사 ▲84∼93년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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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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