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축유 확충 미뤄도 되나

고유가로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석유비축계획물량을 축소하고 비축목표 달성시기도 당초 계획보다 2년 더 미뤘다. 오는 2008년까지 1억1,700만배럴로 현재보다 2배로 늘리기로 했던 정부보유비축물량을 1억100만배럴로 줄이고 목표시기도 2010년으로 2년 더 늦추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고유가로 예산확보가 어려워 수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현재 물량으로도 위기상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유가대책이 안이하고 소극적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비축유정책 차질 역시 소홀한 정책대응이 빚은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고유가는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었고 국내외 기관들의 경고가 잇따라 대응할 시간도 충분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고 심지어 낙관적이기까지 했다. 산업현장에서는 고유가대책을 호소했지만 정부는 ‘조만간 내려갈 것이다’ ‘국내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로 일관했다. 비축유전략이 차질을 빚은 것도 바로 이 같은 낙관론에서 비롯됐다. 이를테면 정부는 2005년 비축유 구입예산을 배럴당 30달러선으로, 올해는 40달러선으로 예상해 짰다. 그러나 두바이유는 지난해 평균 50달러, 올해는 60달러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부 예측치와 20달러 이상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상치와 실제가격이 맞지 않으니 물량확보는 물론 비축유시설도 건설하지 못하고 만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차질을 빚은 전략비축유가 1,000만톤에 이른다. 비축유는 전쟁 등으로 석유수입이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전략적으로 보유하는 물량이다. 석유부존량이 갈수록 줄고 고유가현상이 고착화하면서 각국은 전쟁을 치르다시피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가 비축유물량과 저장시설 확보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위기는 곧 국가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전략비축유계획의 차질은 국가에너지전략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얘기다. 고유가에 맞춰 비축유 대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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