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담뱃값 2,000원 인상을 담은 담뱃세 관련법(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하기로 했으나 여야정 간에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국회 입법과정에서 큰 진통이 따르며 인상폭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회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하는데 야당이 강력 반대하고 있어 1,500원 안팎까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11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러 참석자들이 "서민부담을 감안해 1,500원 선이 적당하다"고 밝혔으나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2,000원 인상분을 발표했다. 이에 야당은 즉각 "부자감세 철회 없이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정이 담뱃값 인상에 대해 모두 이견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회에서 여야정 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2,000원안과 새누리당의 1,500원안, 야당의 반대주장이 얽혀 진통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담뱃값 인상법안이 내년 1월1일부터 발효되려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를 각각 통과해야 해 정부 입장 못지않게 여야의 반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키는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새누리당안이 다음주 중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금연효과 등을 고려해서 정부 측은 2,000원 안을 당에서 받아주기를 원할 것"이라면서도 "추후 관련 상임위 등에서 논의해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일단 담뱃세 인상법안이 입법예고되면 여당 내에서 2,000원 인상안을 받을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본격적으로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정부의 2,000원 인상안에 대해 당에서 과하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1,500원가량 인상안으로 정부가 내일 입법예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가 최고위원회의 뒤 열린 정부 관계장관 회의 막바지에 "2,000원 인상안으로 입법예고될 것"이라고 바뀐 기류를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 대해 우려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의 수정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김 대표는 정부안에 대해 나름 긍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대부분 최고위원들이 한번에 2,000원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 저항이 만만치 않아 더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며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김영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도 "정부안대로라면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의 경우 연 소득의 10%를 담배소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뱃세의 국회 논의과정에서는 세목 신설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용처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고한 개별소비세(국세)가 신설될 경우 물론 그 중 40%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지만 "빈사상태의 지방재정을 살리자면서 정부가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평균 2,500원의 담뱃값(부담금 등 세금비중 62%) 중 354원(14.2%)을 차지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당초 목적대로 금연 등 건강생활실천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경우 건강증진기금의 49%에 해당하는 1조198억원이 건강보험 재원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