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는 국내 제조업의 급속한 공동화 현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비생산적 서비스업 비중은 지나치게 비대해진 것으로 나타나 `중남미형 경제 추락`마저 우려된다.
◇산업 공동화 너무 빠르다= 상의는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10~17% 하락하는데 선진국의 경우 30년 넘게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12년만에 8%나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해외투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설비투자가 그만큼 저조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설비투자율은 지난 2000년 12.7%에서 올해 1ㆍ4분기에는 10.4%로 떨어져 홍콩(12.3%) 등 경쟁국보다 낮았다. 지난 95년 이후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도 일본이 8.8%, 싱가포르가 10.8%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3.1%에 머물렀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을 주도해온 정보통신 관련 설비투자마저 지난 2001년 이후 꾸준히 감소, 성장잠재력 확충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상의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대략 2만2,000개(2001년 현재)로 앞으로 중국내 100만명의 고용 창출을 유발하는 반면 국내 일자리는 오히려 10만개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첨단 분야의 고용감소와 청년 실업 증가 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구조 왜곡도 심각한 수준=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서비스ㆍ금융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질적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상의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점에서의 한국 서비스업 비중은 51.4%로 미국(63.6%), 영국(60.2%)은 물론 제조업이 강한 독일(55.7%), 일본(56.4%)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미국ㆍ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물류ㆍ제조업지원 서비스 등 생산성 서비스 비중은 6.9%로 미국ㆍ영국ㆍ독일 등의 13~20%과 두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
하지만 음식ㆍ숙박업ㆍ부동산 등 비생산적 서비스업 비중은 오히려 선진국을 크게 웃돌았다. 실제로 서비스업 신규 일자리 130만개 중 학원강사 및 방문교사(33만명), 음식숙박원(10만여명) 등으로 사교육이나 소비산업 관련 고용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53.5%로 나타났다.
상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낮아 미국과 달리 제조업 없이는 지탱하기 어렵다”며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해 전통산업과 IT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 개발, 각종 규제 완화, 노사 관계 선진화 등에 정부와 기업 모두 주력할 때”라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