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PC통신 검열

개방과 자유는 인터넷의 큰 특징이다. 누구든 접속할 수 있고 원하는 내용을 자유롭게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매력은 시작된다. 최근 일고 있는 인터넷붐도 그 덕분이다. 개방과 자유가 절대적이기는 PC통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터넷과 PC통신을 검열하거나 규제하는 일이 늘고 있다. 검찰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직접 온라인을 검열하고 실정법에 의거 제재를 가하는가 하면 이를 전담할 기구(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만들었다. 이들 검열 주체들은 국가안보·미풍양속 등의 이유를 들어 통신상의 심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라는 미명아래 저질러지는 통신사기같은 사회악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논리다. 반면 이용자들은 온라인 검열이 21세기 첨단 정보통신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난한다. 적당한 명분으로 통신을 검열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정보통신 검열 철폐를 위한 시민연대」를 구성하는 등 점차 조직적인 검열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통신검열 혹은 심의를 놓고 검열주체와 이용자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데 검열기구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강성민부장과 「정보통신 검열 철폐를 위한 시민연대」의 김영식 대표가 지상논쟁을 펼쳤다.<편집자주>◎반대/시민생활 감시하는 “통신 독재”/외국업체 사전심의는 사실상 불가능/검열강제는 성범죄 등 음성문화 조장/온라인 업체 직원 독자판단 검열 “있을수 없는 일” 컴퓨터통신은 더 이상 네티즌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통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되고 있다. 특히 컴퓨터통신이 급속히 대중화, 일반화하면서 전자민주주의를 실현할 강력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컴퓨터 통신이 갖는 최대의 특징인 자유와 개방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컴퓨터 통신이 막 시작단계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에 대한 검열로 이러한 가능성들은 기대하기 조차 힘들다. 컴퓨터 통신공간에서의 검열은 시민의 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규정을 보면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는 대화방과 토론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그 예는 수도없이 많다. 최근 선거기간중 일반인들이 통신공간에서 특정후보를 비방(실제로는 토론)했다는 이유로 18명이 불구속 수사를 받고 2명은 구속됐다. 또 3명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선거기간 중 일반인이 선거후보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통신공간상에서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신문의 내용이나 책의 내용을 컴퓨터 통신에 올렸다는 이유로 구속된 사례도 있다. 비밀 보장을 전제로 하는 통신공간인 폐쇄 이용자그룹(CUG)이 수색영장에 의해 폐쇄되는 사건도 늘고 있다. 정부기관에 의한 검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95년 정보통신공간의 검열기구로 출발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윤리위)는 세계적으로도 그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최근 영화와 음반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판정을 받은 사전심의를 정보제공업체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경이 없는 인터넷에서 외국 IP업체들을 사전심의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전심의는 사실상 자국민의 표현의 장를 침해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들의 심의 규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온라인 업체들의 검열 또한 심각하다. 직원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일반 시민들의 통신권이 제한되고 있는데도 적절한 구제장치가 없어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의 컴퓨터통신 공간에서는 민주적인 토론과 기본적인 통신권리가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특히 윤리위와 온라인 업체들은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청소년 문제가 강압적인 검열로 가능한 것처럼 여론을 조작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사회적 모색자체를 회피시키고 있다. 사실 정부에 의한 강제적인 검열제도는 오히려 음성적인 문화를 조성시켜 성범죄를 가중시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18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성적금기는 오히혀 외설문화를 더욱 번성시켰다. 또 공연 윤리위원회가 정치적인 검열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면서도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아래 음반, 영화 혹은 기타매체에서 청소년 보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검열을 자행해 왔다는 전례를 미루어 볼 때 통신상에서도 이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 우려된다. 이와같은 이유로 호주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통신 공간에서의 검열강화 움직임에 많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정보선진국의 대부분은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 공간은 지금 기로에 놓여 있다. 자유와 개방을 무기로 전자민주주의를 펼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감시와 통제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컴퓨터 통신공간을 인간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감시와 통제를 받는 억압된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의 선택은 이제 우리시민들에 달려 있다. 정부 또한 컴퓨터 통신공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검열과 감시를 통한 통제보다는 오히려 통신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열어주고 이에대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음으로써 국내 통신환경을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모범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컴퓨터통신은 쌍방향이라는 특성에 의해 일방적인 의견이 배포되기 보다는 의견과 반론이 적절히 오가고 그런 과정에서 의견을 조정해나가는 공간이다는 점이다. 바로 민주주의를 위한 최고의 훈련장으로서 규제보다는 보호받아야 마땅할 도구인 것이다. □김영식<검열 철폐 시민연대 대표> ▲고려대 졸업 ▲고려대 전기공학 박사과정 ▲한국과학기술청년회 회원 ◎찬성/“음란·외설문화 방치할수 없다”/윤리·도덕 확보위한 권고적 조치에 불과/미풍양속 해치는 통신내용만 규제계획/통신 자유는 공공질서 확보 바탕위에 설득력 가져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통신의 검열이란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통신검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검열과 심의라는 용어의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우선 검열이란 공권력 또는 정부에 의해 사전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상 의견 등이 발표되기 전에 국가기관이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일정한 사상이나 의견을 통제하고 억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반면 심의라는 것은 사회윤리 도덕의 확보와 청소년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자율적이고 권고적인 규제조치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검열제도가 한국가나 사회를 통치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에서 출발한다면 심의제도는 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유지하고 계승 발전 시키기 위한 시민정신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겠다. 즉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검열이란 불가능한 제도이므로 심의제도를 검열이라 표현하는 것은 바르다 할 수 없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에 근거하여 설립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또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규정을 보면 최소 규제의 원칙, 공정성 및 개관성의 원칙, 비밀보장의 원칙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심의규정 제 17조 내지 제32조에 규정돼 있는 심의기준 또한 인권과 명예의 존중, 인명존중, 사생활의 보호, 음란·퇴폐·폭력의 배제, 공중도덕과 사회윤리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건전한 정보문화 창달로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자는 것이 심의의 기본원칙이며 방향인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이버 스페이스라고 일컫는 PC통신의 세계 또한 사회생활의 한 단면일 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별도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PC통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가상공간, 시공을 초월한 공간으로 차별화하고 있을 뿐이다. 통신의 자유는 현실생활에서의 자유와 같이 공공의 질서와 정의가 보호되고 실현되는 가운데 발전되어야 한다.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면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인권침해, 욕설, 타인비방 등의 행위를 제한 하는 것이 어떻게 검열인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음란물의 유통과 외설적인 표현, 통신사기, 저작권 침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접근들을 통신검열이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겠는가. 통신이란 그동안 서로간의 의사를 주고받는 단순기능로 이용되어 왔으나 이제는 대중매체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으며 그 영향력도 대단하다. 특히 데이터베이스, 공개게시판 등의 기능은 통신이라기 보다는 방송에 더 가까운 기능을 갖고 있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현상을 세계적으로 이용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인터넷에서 그 진면목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되고 있다는 미국에서 조차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of 1996)을 제정하고 불건전하고 비윤리적인 정보의 유통에 제재를 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물론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에 부딪쳐 아직 시행은 되고 있지 않지만 내년 6월쯤이면 가부간에 결정이 날 판이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무분별한 정보에 대해서는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데 합의를 이루어가고 있는 추세다. 다만 그 방법과 대상에서 각국의 고유문화와 사회제도가 틀리기 때문에 각각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정보사회의 조기실현을 위해 기술 발전과 산업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으며 이에따라 필연적으로 파급되는 사회적인 현상과 환경변화에는 무방비 상태로 간과한 것이 사실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사회의 진입이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정보통신윤리를 축으로 정보사회가 성숙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심의라는 것을 이해할 때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자유나 권리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부분만을 일정기관에 의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심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을 바꿀 수 있으리라 본다. 이 기회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건전한 정보문화 창달과 불건전한 정보의 단속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며 이것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업무영역이자 한계임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한다. □강성민<정보통신윤리위원회 부장> ▲한양대 졸업 ▲정보통신진흥협 정보문화부장 ▲정보통신 윤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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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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