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韓·伊 산업기술협력을 위해

이탈리아는 패션과 디자인, 예술과 관광의 나라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총집합하는 밀라노패션쇼, 전세계의 영화인들이 열광하는 베니스영화제, 기원전의 유물이 그대로 간직돼 생활 속에 어우러져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의 도시 로마. 이탈리아는 누구나 가보고 싶고 궁금한 게 많은 나라다. 옛 제정로마시대의 최전성기에는 북으로 라인강, 동으로 유프라테스강에 이르기까지 대제국을 이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팍스로마나의 지중해시대를 연 당사국이기도 하다. 그런 이탈리아를 지난 대통령 순방시 방문해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을 하고 돌아왔다. 伊, 탄탄한 中企 중심 세계진출 이탈리아는 과거 제정로마 이후 도시국가의 발달로 지역중소기업이 자생적으로 발달해온 결과,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체 수의 99%에 달하며 총생산의 75%, 총수출의 65%를 담당하고 있다. 종업원 수 50인 이하의 이 중소기업들은 선대로부터 전해오는 탁월한 노하우와 장인의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산업별로 자생적으로 형성돼온 전국 200여개의 산업 클러스터는 세계적인 성공 모델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탈리아 차세대 경쟁력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근 이탈리아와 산업협력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양국간의 산업ㆍ기술 분야와 섬유, 디자인, 패션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협력을 합의하고 한국산업기술재단과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이탈리아 관련 단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정부간 협력 대상국으로서는 유럽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 중 하나였다. 근대 자본주의체제하에서 선진국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앙 주도의 경제 산업 구조를 고도화시켰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탈리아는 향토주의적 특색과 산업별 특화, 그리고 정부주도의 드라이브와 평등주의적 접근방식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이 최근 그의 저서 ‘마인드 세트’에서 유럽을 경제적 도약과 사회주의적 강령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호억제 시스템에 묶여버린 ‘쇠락하는 역사 테마공원’이라고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런 이탈리아가 이제 변화하고 있다. 오는 5월을 완료시점으로 지역 균형발전 및 산업별 개발정책 등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공공기관이었던 산업개발청(SIㆍSviluppo Italia)을 해외투자 유치 전담기관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통신ㆍ생명공학ㆍ에너지 등 첨단기술 분야와 핵심산업기술 분야에서 국제기술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한 중소기업의 구조를 자생적으로 갖고 있지만 세계시장을 상대로 육성하기 위해 예술의 혼까지 불어넣어줘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미래추구형 전략이다. 다급하다 보니 시장경제에만 맡겼던 장치를 정부가 나서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한ㆍ이탈리아 산업협력회의에서 이탈리아 고위관료는 이탈리아의 오늘날 기술은 예술(art)이 결여된 채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술이 예술을 향한 것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亞·유럽 동반진출 적극 확대를 원래 기술(technology)이라는 용어의 어원인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가 예술(art)을 의미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언급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우승으로 전체 4차례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의 섬세한 기술축구가 자리를 잡아가듯이 옛 로마의 영광을 ‘산업기술’로 재현하려는 그들의 국제경쟁력 강화 노력은 지방 및 중앙정부, 지역 상공인 모두에게서 읽을 수가 있었다. 어렵게 맺은 양국의 산업기술협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아시아의 중심축 역할을 지원하고 그들은 우리에게 유럽과 전세계에 동반진출의 축이 될 수 있도록 상호협력사업의 확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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