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기예금 줄이고 해외 상품·펀드 등 투자자산 비중 확 늘렸다

부자들, 저금리 시대 어떻게 돈 굴릴까… PB에게 들어보니

배당주펀드·ELS 주목… 부동산 관심도 커져

하이일드債보다는 리보금리 연동 뱅크론 선호

부분절세 가능한 위안화 정기예금 등도 인기

신한은행 PB가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투자 자문을 해주고 있다. 최근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신한금융


유례 없는 저금리 시대. 돈 굴리기가 쉽지 않다. 1%의 금리차를 노리고 여러 은행을 기웃거리지만 3%대의 예금 금리 찾기도 버겁다. 증권시장에 돈을 넣자니 불안하고 부동산에 투자하자니 낮은 유동성은 물론 투자가치도 마뜩 찮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어떤 이들은 재산을 계속 늘려 간다. 돈이 돈을 벌어주는 자산가들이다. 이들은 이 같은 저금리시대에 돈을 어떻게 굴릴까.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자산가들의 돈을 굴리는 시중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 들에게 물어봤다.


◇부자들, 낮은 금리 때문에 투자자산 선호=윤희숙 신한 PWM 분당센터 팀장은 "이전에는 유동성 자금을 정기예금에 예치시켰던 부자들이 최근에는 자산의 30%가량만 정기예금에 넣어둔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3%도 안되는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울 및 수도권에서 영업하는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3%대 예금금리를 지급하던 친애저축은행이 최근 금리를 2.9%로 낮췄다. . 정기예금만으로는 돈을 불리기가 쉽지 않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 PB센터 PB팀장은 "금리가 2% 초반에 머물다 보니 자산가들도 세금을 떼고 나면 남는게 없는 것이 요즘"이라고 밝혔다. 정원희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 또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예금만 선호하던 안정지향형의 자산가들도 요즘에는 낮은 금리 때문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안정지향형 자산가 10명 중 2명은 펀드 등의 상품에 추가 가입하는 것이 요즘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들 자산가들이 기웃거리는 곳은 해외 투자 상품이나 주식 관련 상품이다. 이형일 하나 은행 PB 본부장은 "요즘 자산가들은 위험이 적은 정기예금 보다는 펀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배당주 펀드나 주가지수연계신탁(ELT) 또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가 3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ELS 가입을 통해, 원금 보장은 물론 일정 정도 수익 기대가 가능한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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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팀장은 "유럽이나 미국, 홍콩주식을 기초 자산으로한 ELS 상품도 많이 가입하고 있다"며 "만약 10억원이 있다면 저축보험, 2년납 10년 만기 보험상품, 국내나 해외의 ELS, 비과세 상품에 각각 2억원씩을 넣고 나머지는 비과세 상품이나 3개월짜리 단기 투자상품에 돈을 넣는 방식의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밝혔다.

자산가들은 또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이후의 부동산 경기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서울지역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놓은 이후 양도세 감면 등의 추가 부양책이 나올 지 여부도 관심이다. 이 본부장은 "부동산과 펀드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만 PB들은 자산가들의 안전 상품 선호 추세를 감안, 지나친 고수익 쫓기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윤청우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하이일드 채권과 뱅크론 중 요즘은 뱅크론에 대한 투자 권유를 더욱 많이 하고 있다"며 "뱅크론은 리보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부 대출채권으로 담보가 설정돼 있기 때문에 하이일드 채권에 비해 안전하다"고 밝혔다.

◇더욱 민감해지는 세금 이슈=한 푼을 아끼려는 자산가들은 세금에 특히 민감하다.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재산세와 상속세 등 일반 서민들은 따지지 않아도 될 세금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잦은 탓이다. 특히 굴리는 자금의 규모가 크다보니 이자소득세에 민감하다. 정원희 팀장은 "고액 자산가들에게 위안화 정기예금이나 달러 정기예금 등을 권하기도 한다"며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2% 후반 정도이지만 부분절세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3%가 넘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에 가입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밝혔다.

부자들은 미술품 구입을 통한 절세에도 관심이 높다. 한 시중은행 PB는 "미술품의 경우 상속이나 증여를 해도 세무당국에서 이를 추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세에 용이하고 미술품의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며 "자산가들의 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투자 방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 자산가들은 최근 이자소득세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개선안이 발표된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PB들에 따르면 자산가들이 대부분 월상한액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매달 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산규모에 따라 투자패턴도 달라=PB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100억원대 자산가와 1,000억원대 자산가의 투자 성향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원대 자산가는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금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비교적 짧은 호흡을 갖고 투자를 하는 반면, 1,000억원대 자산가는 고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높다는 것. 한 PB는 "100억원대 자산가의 경우 부동산이나 부모의 상속 등을 통해 자산을 형성한 경우가 많은 편이라 추가 소득에 대한 낮은 기대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반면 1,000억원대 자산가는 기업을 운영하는 현직 CEO가 많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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