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협상의 묘/신승교 LG건설 사장(로터리)

요사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협상이 한창이다.게임이 없는 동절기, 소위 「스토브 리그」에 선수와 구단간의 연봉협상이 이루어지는데 연봉협상은 지난해의 성적을 근거로 구단과 선수간에 다음 시즌 자신의 몸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식이므로 서로 좀처럼 물러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문득 협상을 간단 명료하게 표현한 이런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날 엄마와 오빠, 여동생 셋이서 다정하게 피자를 나누어 먹다가 마지막 한 조각을 놓고 오누이가 서로 먼저 잘라서 큰쪽을 먹겠다고 다투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엄마가 『나는 누가 피자를 자르는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겠다. 그러나 자르는 사람은 반드시 상대방에게 원하는 쪽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오빠가 칼을 들어 피자를 똑같이 잘랐고 두 사람은 같은 크기의 피자를 나누어 먹게 되었다. 결국 오빠는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고 여동생에게도 이익이 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협상(Negotiation)이란 대화를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을 기꺼이 얻어내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힘으로 누르거나 위협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협상당사자 모두가 승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는 좀더 많은 연봉을 받아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려고 할 것이고 구단은 개량적인 데이터 및 다른 선수와의 형평, 구단의 경제적 사정을 들어 가급적이면 적은 금액을 제시할 것이다. 어떤 선수는 1차 협상에서 원만한 타결을 이루어내지만 보통의 경우, 특히 스타플레이어의 경우 2차, 3차에 가서야 협상이 타결 되고 심한 경우 협상이 결렬, 서로 불신의 골이 깊어져 유능한 선수와 구단이 모두 상처를 입는 일이 생기게 된다. 프로야구 선수중 가장 협상을 잘하는 선수는 본격적인 동계훈련 캠프가 시작되기 전 자신의 연봉협상을 완료하고 팀의 훈련일정에 따라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컨디션을 조절할 줄 안다. 일방적으로 자기 목소리만을 높여 서로의 골이 깊어져가는 여러가지 현상을 볼 때, 협상의 기술은 비단 프로야구 세계뿐만 아니라 날로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써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반목과 질시보다는 화합과 융화를 이루어 좀더 밝은 미래를 맞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관련기사



신승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