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공정위에 외환銀 M&A 독과점신고 '논란' 금감위와 협의없이 제출…공정위 내세워 소극적인 금융당국 우회적 압박카드인듯 이종배 기자 ljb@sed.co.kr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은 HSBC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경쟁 제한성 여부를 심사해달라며 기업결합(M&A)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2일 "HSBC가 지난 달 27일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정해진 기간(최장 90일) 동안 심사한 뒤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HSBC와 외환은행 합병시 독과점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 M&A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HSBC의 기업결합 신고가 통상적 절차를 벗어났다는 점. 금융기관 M&A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인수은행은 먼저 금감위와 협의하고, 금감위에서 공정위에 사전협의(기업결합)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HSBC는 금감위와 협의 없이 공정위에 직접 M&A 신고서를 제출했다. 현행 법에 의하면 HSBC는 국내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에 직접 기업결합 신청을 했지만 사전에 금융감독 당국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HSBC가 법적 절차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외환은행 인수에 소극적 반응을 보이는 금융당국을 상대로 우회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HSBC 공정위 독과점심사 무난히 통과할 듯=우선 공정거래법상 HSBC의 외환은행 M&A 독과점 심사는 승인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M&A 심사시 보통 점포 수, 여ㆍ수신, 자본금, 자산 등 여러 기준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HSBC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적어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M&A로 인한 시장지배 우려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내 점포 수는 올 6월 말 현재 HSBC 11개, 외환은행 327개다. 두 은행이 합병해도 총 점포는 338개. 올 상반기 기준으로 일반은행 총 점포 수는 5,378개로 양 기관이 합쳐도 6.2%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친다. 총 여신도 상반기 현재 HSBC와 외환은행을 합쳐 58조4,000억원. 이는 일반은행 총 여신 688조6,000억원의 8.4%에 불과하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HSBC 국내 지점의 경우 규모가 워낙 작아 상호저축은행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렇다 보니 HSBC가 외환은행뿐 아니라 국민은행을 인수해도 공정법상 독과점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를 통한 금융감독 당국 압박카드(?)=공정위의 기업결합 신고를 무난히 통과한다 해도 M&A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금감위가 공정법 저촉 여부는 물론 ▦금산법 ▦은행법 등 관련 법을 살펴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HSBC의 최대 걸림돌은 은행법상의 대주주 자격 요건. 이와 관련, 금감위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주주 자격 요건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HSBC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HSBC가 금감위와의 사전 협의 없이 공정위에 M&A 신고서를 제출하자 금융감독 당국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 무난할 것으로 보이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신고 승인을 먼저 얻은 뒤 이를 토대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금융감독 당국에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감위는 이에 대해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홍영만 금감위 홍보관리관은 이날 "HSBC가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금감위에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문서를 접수한 것이 없고, 실무적으로 접촉을 해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HSBC는 지난달 3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3억1,700만달러(내년1월 말 완료시)에 인수하기로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바 있다. 입력시간 : 2007/10/02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