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6일] 언제까지 '지못미'만 되뇔지…

국정감사를 앞두고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백재현 민주당 의원이 “문화재급을 포함한 정부 소장 미술품들이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고 관련 기관의 허술한 관리 현황을 지적했다. 조달청이 제출한 ‘보유기관별 미술품 보유 현황’에 따르면 근현대 미술사의 대표작, 즉 문화재급으로 평가받는 AㆍB급 미술품 가운데 34점이 훼손된 채 방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당과 정창섭의 작품은 수복이 시급할 정도로 훼손 상태가 심각하고 1억원에 구입했다는 이종상 화백의 한국화도 손을 봐야 한다고 한다. 방화로 숭례문을 잃은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외치던 목소리가 아련하게 멀어지는 모양새다. 문화유산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못 미덥다. 전국 46개 중앙부처에서 소장 중인 미술품은 9,900점이 넘고 돈으로 환산하면 4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국민의 세금으로 장만한 이 작품들을 예술적ㆍ재산적 가치를 고려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독일ㆍ영국ㆍ미국 등에는 정부의 작품 구입부터 관리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기구가 존재하는 데 반해 우리는 문화재급 미술품에 대한 등급분류부터 미흡한 상태다. 이번에 서울시와 문화재위원회가 마찰을 빚었던 서울시청 태평홀 철거의 경우도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정부의 방만한 시각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복원이 가능할 때 미리 관리하는 책임의식, 지켜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요즘 미술품에 대한 부가세와 양도소득세 부과 등 개인 소장 미술품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하기로 한 정부가 정작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문화예술의 패트론(후원자)으로서 기능하는 개인 애호가들에게 부끄러울 노릇이다. 숭례문 화재 때 전국민이 자괴감에 빠졌던 것은 문화적 상징성과 민족의 자존심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으리으리한 관공서 로비에 걸린 보존 가치 높은 유화가 햇빛에 바래고 갈라진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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