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맞이하였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그리고보니 2세기를 걸쳐 살아온 셈이다. 지난해부터 밀레니엄이니, 새천년이니 하고 온통 요란스럽게 술렁이던 한 해는 가 버리고 새로운 세기의 아침은 조용히 밝아왔다. 우리에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묵은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찾아온 것이다.새천년이다, 새로운 세기다 하고 떠들어대지만 그것은 역사와 함께 흘러가는 것이다. 역사는 이어져간다. 새로 시작되는 역사는 없다. 묵은 것 위에 새로운 것이 쌓이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새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남보다 한발 먼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게, 이런 생각들이 갈수록 더해가는 것같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물론 모든 것이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새천년, 21세기에는 또 얼마나 변해갈 것인지….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보다 궁금한 것은 우리 문학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소설은 그런대로 전성기를 이루어왔다고 할 수가 있겠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전되어가는 컴퓨터와 영상매체로 인해 소설은 독자를 잃어가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상매체가 있는데 머리 아프게 소설을 읽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첨단으로 치닫는 기계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골치 아프거나 깊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저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추세이고 보니 소설은 점차 그 자리를 빼앗기게 되고, 기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금속성으로 변해가게 마련이다. 정서가 고감되어 가고 있는 세상이다.
IMF이후 우리 문학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가 아는 출판사 몇군데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미셸 부르니에는 『새로운 세기의 문학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문학은 모든 인간이 다같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절망을 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기계만능주의의 세상, 지금은 인간성 상실의 시대이다. 그래서 세계의 석학들은 인간성 회복의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대국으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발전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급속성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마음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은 정서가 아닐까. 새천년, 새해부터는 모든 사람이 문학을 가까이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