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자성나노소자 '차원변환' 현상 첫 규명

이현우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br>자성나노소자 크기 축소에 따른 변화 관찰<br>일정 수준서 2차원·1차원으로 변모 확인<br>"고집적 고속 차세대 메모리 개발 기여할 것"

이현우(왼쪽)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가 자성나노소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질 때 발생하는 차원변환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소자 크기는 지속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크기를 더 줄이기 위해서는 소자들이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질 때 발생하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현우(41)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최근 차세대 정보저장 소자 및 논리소자를 구현할 후보군 중 하나인 자성나노소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질 때 발생하는 '차원변환'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정보저장소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극이 움직여 다니는 선로를 가능한 작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교수의 연구는 고집적 고속 자성나노소자 구현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자성필름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핵심 구성요소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필름에 배열된 상태를 통해 정보를 저장한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장점은 외부에서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동작속도가 느리다. D램이나 S램과 같은 반도체 메모리 소자에 비해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자성필름이 전기 공급 없이도 정보를 유지하는 성질을 유지하면서 속도 문제마저 깨끗이 해소한다면 당연히 큰 산업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성필름의 동작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이미 개발돼 있다. IBM은 지난 2004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서 자성필름이 회전하는 것을 없애고 대신에 N극과 S극이 고정된 자성필름 내에서 움직여 다니게 하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IBM은 실험을 통해 N극과 S극을 시속 400㎞로 움직이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KTX 열차의 최고 속도보다 빠른 이 속도면 D램이나 S램과 동등한 수준의 동작속도를 가진 새로운 종류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구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로(railroad)'의 결함 문제. 선로 결함이 있으면 KTX 열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없는 것처럼 N극과 S극이 움직이는 선로에 10나노미터(10억분의1미터) 크기의 결함만 있어도 자극의 운동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2007년부터 자성나노소자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는 N극과 S극이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N극과 S극, 이 두 자극이 움직여 다니는 선로의 결함이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 교수는 "자성나노선에는 '자화벽'이라는 게 형성되는데 자성나노소자에 자기장을 걸면 이 자화벽이 움직이게 된다"면서 "자화벽의 운동특성이 자성나노선의 폭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 자성나노선의 폭이 변함에 따라 차원변환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성나노선의 폭이 일정값 이상일 때는 2차원 평면에서 나타나고 폭이 일정값 이하가 되면 1차원 선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 것. 이 교수는 "자화벽 운동이 2차원 특성을 보일지, 1차원 특성을 보일지는 전적으로 자성나노선 폭과 상관길이의 비율 하나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의 학술저널인 '네이처(Nature)'지에 2009년 4월에 발표됐다. 네이처 심사위원들은 "지금껏 많은 과학자들이 풀지 못했던 문제를 명확히 해결해주는 연구"라며 "앞으로 주목 받을 나노스핀트로닉스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자성나노소자의 개발과 응용에 독창적인 기여를 할 휼륭한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나노자성체와 나노전자전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지난 3년간 '네이처' 1편, '네이처 피직스' 1면, '피지컬 리뷰 레터스' 2편 등 총 21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자석의 크기가 작아질 때 어떤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가는 자성나노물질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 소자 개발과 긴밀히 연관돼 있어 산업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연구주제"라면서 "이 분야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역량이 근래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데 이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더 좋은 연구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