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은행 자율합병바람 예고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의 「21세기 금융산업, 원년의 과제」강연에서 내년부터 추진될 2차 금융구조조정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시장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금융개편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기 위해 후순위채 의무발행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시장이 은행의 성적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금융산업에 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과 경쟁논리를 본격 적용함으로써 시장경제로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정부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율합병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내년 이후 1년에 한번 이상 후순위 채권을 시장가격대로 발행토록 의무화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후순위채 금리가 시장기준에 의해 결정되고 따라서 은행간 성적표가 매겨져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이 선명히 구분지어진다. 부실은행은 퇴출을 당하지 않기위해 합병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경영실적에 따라 주가도 자연스럽게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이 차별화될 것이다. 투자자나 예금주들이 부실은행에 투자하지 않고 예금도 기피하게 되면 예금이동이 가속될 것이고 부실은행은 자율적으로 합병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또 2001년부터는 예금에 대한 지급보장이 2,000만원 한도로 축소된다. 예금주들이 원리금을 떼이지 않으려고 우량은행만 찾아갈 것이며 이에따라 금융권간에 예금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시장기능과 판단에 의해 합병과 전략적 제휴등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시장환경 속에서 은행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외면할 수 없다. 국내 은행끼리 뿐만아니라 외국은행과의 시장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야말로 생존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은행간 또는 국내외 은행간의 합병과 제휴가 불가피해졌다. 이미 생존차원의 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국내외 은행간에 합병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기도 하다.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바람직하다. 말썽 많던 관치금융이 사라지고 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다. 시장이 제기능을 하는 금융산업은 경제 각 부문에 영향을 미쳐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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