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6일] 염색업체 사장의 자성

“섬유나 염색업계가 임계점에 달한 결정적 계기는 고유가와 원자재가 상승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습니다.” 시화공단에서 염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사장의 뼈 아픈 ‘자성’이다. 현재 시화공단 내 섬유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맞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스페이스를 보세요. 윈드재킷 하나에 70만원씩 합니다. 그거 어려운 섬유기술이 아닙니다. 단지 먼저 개발해 출시했기 때문에 고부가가 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 업체들은 어땠나요. 신소재 섬유개발은 뒷전이고 수주물량을 늘려 몸집 키우기에만 급급했어요. 그리고는 스스로 섬유 분야가 사양산업이라고 말합니다. 환경 탓만 할 수 있겠습니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유가와 원자재가 급등으로 다른 위기의 원인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날마다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염색에 필요한 고열 스팀 값은 고유가로 1년새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원료와 도료는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월급쟁이로 취업을 하고 싶다고 진지한 고민(?)까지 하는 사장도 있다. 하지만 A사장은 지금이 외부 환경 탓만 할 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보고 새로운 생존의 길을 찾고 있었다. 여력은 많지 않지만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늘리고 생산설비도 다품종소량 생산체제에 맞도록 꾸릴 계획이라고 한다. “인류가 있는 한 옷은 입고 섬유는 쓸 거잖아요. 미래를 보고 조금씩 준비해나가야죠. 절대 실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최근 중소기업들은 대내외적인 여러 가지 원인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별적인 생존방향을 찾는 일은 기업 스스로의 몫이고 그 가능성을 A사장 같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는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