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꼬이는 수급에 주가 '속수무책'

강해진 외국인 매도세 막아낼 매수 주체 없어<br>펀드자금 순유출 증가…기관 매매 더 위축될듯

수급 상황이 꼬이면서 새로운 악재가 없어도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소 주춤했던 외국인 매도세는 최근 미국 내 금융위기가 재부각되면서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게다가 기관과 개인투자자, 약세장에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해줬던 프로그램 매매까지 하락장 지지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이 소폭이지만 순유출되고 있어서 가뜩이나 자신감이 떨어진 기관투자가들의 매매 행태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매도 원인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 사이클’=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지난주(11~14일)만 해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541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번주 들어 1조2,575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세의 근본 원인이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사이클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외국인 매도 행진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아직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세계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자산 디레버리지(de-leverage)에 나서면서 이머징마켓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의 규모와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는 것. 이머징마켓에 속해 있는 한국 주식시장 역시 비중축소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크게 보면 저금리ㆍ고성장의 골디락스 기간 동안 레버리지를 통해 팽창됐던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드는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기간에 따라 축소ㆍ확대될 수는 있어도 추세적으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안정되고 미국이 금리인상 사이클에 진입하면 유동성 축소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내년까지도 이머징마켓에서의 자금 유출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출=국내 상황만 봐도 수급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차익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서만 3조원 가까운 돈이 순유입됐으나 이달 들어서는 5,400억원가량이 차익 프로그램 거래를 통해 빠져나갔다. 수급 방어를 해줬던 프로그램도 이달 들어서는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산운용사ㆍ연기금 등 큰손 기관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주식비중 확대에 소극적이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추가 하락에 대비해 극도로 보수적인 매매를 하고 있다”며 “주가 반등 시 매수해야 겠다는 분위기지만 주가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관들이 차익거래만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주식형펀드 자금도 불안한 상황이어서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의 매매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협회와 SK증권에 따르면 1,500선이 위협받던 지난주부터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다. 13일 95억원, 14일 2억원, 18일 115억원이 순유출됐으며 19일 다시 24억원이 순유입됐으나 20일에는 72억원이 빠져나갔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저가 분할 매수 기회로 보고 펀드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도 이제 슬슬 인내의 한계를 보이는 것 같다”며 “주가가 1,600선으로 반등할 경우 펀드 유출이 추가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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