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황에 맞서는 기업들] <하> 함께 하면 더 강해진다

대기업은 기술개발 자금지원…中企는 우수한 부품 공급<br>상호 윈윈전략으로 경제위기 돌파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재원정밀의 정재원 대표는 최근 일진오토모티브의 슬로바키아 공장에 너클 및 캐리어를 처음으로 선적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정 대표는 한때 애써 개발한 첨단 5축 가공기계가 주문을 따내지 못해 구조조정까지 계획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같은 경영위기의 돌파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련됐다. 정 대표는 당시 5측 기계설비 구축을 고민하던 일진을 만나 5억1,000만원을 지원받아 설비를 갖추고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재원정밀은 지원자금을 2년에 걸쳐 부품값으로 상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회사 운영까지 가능해졌으며 일진도 재원정밀의 5축 기계를 활용하면 현지에서 부품을 단순 조립해 막대한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넘기 위한 상생경영이 산업현장 곳곳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금융회사, 지방자치단체 등 경제주체마다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들과 손잡고 기술 개발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며 희망의 내년을 설계하고 있다. PDF솔루션 전문 기업인 유니닥스는 지난 29일 코오롱아이넷과 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닥스가 최근 시장침체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코오롱아이넷이 3년간의 거래관계를 감안해 지분 투자형식으로 지원에 나서준 것이다. 유니닥스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시장환경이 좋지 않지만 현금 확보와 코오롱아이넷과의 협력을 통한 해외 진출에 힘입어 내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오롱아이넷 관계자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상생비지니스 차원에서 지분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부품업체인 유코리아는 요즘 신제품 개발을 조건으로 모기업인 인켈로부터 매달 1,00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그동안 인켈 전자교탁에 들어가는 유선 콘트롤러를 공급하던 유코리아는 내년 5월말까지 무선 콘트롤러 개발을 위해 1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김풍일 유코리아 사장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신제품 개발은 엄두를 내기 어렵지만 인켈이 제품 매입을 조건으로 개발지원을 해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었다”면서 “내년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매출이 올해보다 두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켈측도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우수한 부품을 공급받고 협력사의 살길도 열어주는 윈윈효과를 누리게 됐다.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비약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LED조명업체인 화우테크놀로지의 경우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미래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화우테크는 부천시가 공장을 1년 앞당겨 짓도록 도와줌으로써 어려움을 뚫고 이달말 오정산업단지의 1만여㎡에 연면적 4만2,500여㎡ 규모의 공장을 준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정산업단지는 당초 내년 3월말 기반조성공사를 마치고 나서야 건축 허가가 가능했지만 부천시의 중재 덕택에 단지 조성주체인 한국토지공사와의 협의를 거쳐 공장을 1년이나 앞당겨 지을 수 있게 됐다. 이선용 화우테크 상무는 “만약 부천시의 도움을 받지 못해 다른 지역에 가능한 공장 부지를 알아보느라 투자일정 등이 지연됐다면 큰 위기를 맞을 뻔했다”며 “부천시의 도움으로 새로운 성장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천시와 화우테크는 최근에도 서로간의 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을 맺고 상생을 지속해나가기로 결의했다. 중고차 수출업체인 내가오토트레이닝은 금융사의 도움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확대에 나선 케이스다. 이 회사는 신한은행이 최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1,000억원 가량을 신용보증기금에 특별출연하면서 신청한지 2주만에 운전자금 1억원을 대출받아 큰 혜택을 누리게 됐다. 내가오토트레이닝은 2억원 상당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당장 현금 유동성이 없어 사업 확대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이우기 내가오토트레이 사장은 “은행대출 문턱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대출은 꿈도 꾸지 않던 터에 신문기사 등을 통해 보증기관을 통한 대출이 확대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금을 신청하게 됐다”며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이상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돌파하자면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금융사들의 상생노력이 요구된다”면서 “모두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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