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큰 것의 아름다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무역자유화로 국가 간 시장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시장범위가 전세계로 넓어지는 동시에 경쟁도 글로벌화 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심화로 각 분야에서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들은 경쟁기업 및 전후방 관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에 중국과 일본의 틈에 낀 ‘너트 크래커’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기업의 연구개발(R&D) 강화가 자주 언급되지만 기업의 R&D 비중을 급격히 확대시키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기업 간 M&A를 통해 규모적정화와 R&D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의 하나로 여겨진다. 서유럽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전략적 분야에 대한 메이저 기업을 탄생시키고 있다.그 예로 프랑스는 국가주도의 M&A 지원으로 사노피-아벤티스(Sanofi-Aventis)제약과 비앤피 파리바(BNP Paribas)금융그룹을 탄생시켜 이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을 쥐게 됐다. 또한 루이비통을 포함한 60여개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LVMH그룹은 섬유패션분야의 대표적인 M&A 주도형 성장전략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05년 기준 해외기업에 대한 M&A 실적이 미국(1,476억달러)의 0.3%, 영국(905억달러)의 0.5%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본(81억달러)와 중국(52억달러)에 비해서도 각각 5.5%, 8.5%에 그치고 있다. M&A 만능론을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가격ㆍ비가격 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통적인 전략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틈새시장이나 유연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작은 규모가 필요한 분야도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자동차ㆍ철강ㆍ석유화학ㆍ화섬 등의 장치산업이나 글로벌 네트워킹이 절대적인 금융 및 마케팅 분야에서는 작은 기업이 거대 경쟁자를 상대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아무리 우수한 기업이라도 경쟁력이 취약한 기술 또는 지역은 M&A를 통해 보완해나가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더 이상 경쟁범위를 국내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M&A를 통한 시장경쟁력 및 신성장동력 확보경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특히 섬유패션산업과 같이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는 국내외적 기업통합 및 브랜드 인수로 시장인지도ㆍ소재경쟁력 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기업단위의 경쟁력에 초점을 둔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공정거래제도 및 금융부문에서도 M&A 활성화를 막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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