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교수 연구비는 눈먼 돈?

일부 교수들이 국가예산으로 지원되는 연구비 일부를 개인적 용도에 유용하는 등 제멋대로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사실로 입증됐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연세대 독문과 시간강사 A씨가 올해초 제기한 이 대학 소속 일부 교수의 연구비 부당집행 고발 사건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연구비의 10.5%가 부당 집행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학술진흥재단에서 연간 지출하는 연구비가 총 2,200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미미한 숫자지만, 연구비를 개인유용 하는 사례를 처음 적발한 것이어서 다른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연구비 집행내역도 면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줄줄 새는 연구비=학술진흥재단에 따르면 독문과 등 어문학부 소속 3개학과 교수 5명이 7개 연구과제 연구비 11억9,760만원 가운데 10.5%인 1억2,558만8,000원을 지급 목적에 어긋나게 사용했다. 특히 이 가운데 교수 4명은 연구비 중 4,823만5,000원을 개인 용도로 유용했으며, 연구과제에 참여한 박사급 연구원 5명도 757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또 이들 교수들은 4,969만4,000원을 갹출해 문과대 부설 연구소인 유럽문화정보센터의 공동경비로 사용했으며, 나머지 2,008만8,000원은 정보센터 `공동기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연구책임을 맡은 교수들은 박사급 연구원과 연구보조원에게 지급된 인건비중 일부를 갹출하거나 미지급하고, 연구경비 집행액 관련 영수증의 금액을 부풀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별 유용사례=조사 결과 연세대 어문학부 B교수는 2개 과제 연구비로 6억5,450만원을 지원 받아 6,146만1,000원을 따로 떼어내 1,267만9,000원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3,040만원은 유럽문화정보센터 경비로 충당, 1,138만2,000원은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다. 또 C교수는 지급 받은 연구비 1억7,750만원 가운데 정보센터 경비로 1,353만원을 사용한 이외에도 2,171만원을 유용하고 박사급 연구원 2명에게 연기기간이 끝난 뒤에도 57만원을 나눠 쓰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교수의 경우는 정보센터 경비(270만원)를 빼면 개인적인 유용은 없었지만 과제에 참여한 박사급 연구원 3명이 700만원을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솜방망이 처벌=학술진흥재단은 따라서 학술연구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부당 집행된 연구비를 모두 회수하고 유럽문화정보센터에 대해서는 5년간, 관련 교수 5명에 대해서는 3~5년간, 그리고 박사급 연구원 3명에 대해서는 1년6개월~2년간 연구비 신청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또 조사 결과를 연세대에 통보, 관련 교수에 대해 징계 등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연구비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낸 대학측에 대해서도 연구비 중앙관리 등급을 하향조정, 간접연구경비를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연구비를 개인용도로 횡령한 죄질치고는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일고이다. 김용성 학술진흥재단 기획조정실장은 “이들 교수들이 개인 유용 부분에 대해 연구활동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취한 제재 이외에 형사고발 등 추가 법적인 조치는 학술연구분쟁조정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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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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