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철책선 뚫린 곳은 대대장 월북루트

70년이후 동일 지역서 4명 월북ㆍ4명 남하

신원 미상의 민간인 1명이 3중 철조망을 뚫고 월북한 지역은 1980년에 이 지역 경계책임을 관할했던 한국군 대대장이 부하 병사와 함께 북쪽으로 넘어간 곳과 동일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이 지역은 1970년 이후 3명의 무장공비가 남쪽으로 침투하고 1명이 귀순하는 루트로 이용됐으며 남쪽에서는 이번 민간인 월북자를 포함해 4명이 북한으로 넘어간 곳이어서 군이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이번에 철책선이 뚫린 계곡에서 이 지역 경계 책임자였던 육군 00대대 대대장 이모 중령이 1980년에 무전병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으나 이 사건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군용 지프를 타고 남방한계선 일대에 설치된 철책선 안으로 들어간뒤 동승한 운전병과 무전병을 권총으로 위협해 대동월북할 것을 제의했다가 운전병이 거절하자 다리에 총격을 가한 다음 무전병만 데리고 월북했다는 것이다. 군은 이 사실을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 중령이 미모의 여성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 북측 선전전단에 실려 최전방 일대에 살포되면서 월북 사실이 입 소문을 통해 군 내부에 전파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이 중령은 잦은 도박으로 생긴 거액의 빚을 갚지 못한 데다가 가정불화를 겪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가 월북을 결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당시 이 부대에 근무했던 예비역 장교가 전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뒤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중사 1명도 자신의 비행으로 사법처리될 것을 걱정하다가 80년대 초반에 이 중령이 월북루트로 삼았던 역곡천을 따라 북한으로 넘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역곡천은 1993년 7월 북한 노동당 작전부 소속의 대남공작 특수요원(전투원)인안명진(당시 25세)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해온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처음으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안씨는 비무장지대에서 전투원 36명과 함께 국군의 얼룩무늬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대남침투훈련을 받던 중 새벽 시간을 틈타 군사분계선을 넘어 아군 초소로 귀순했으며 당시 AK소총 1정, 실탄 16발, 수류탄 2발, 칼 1개 등을 소지했었다. 70년대에는 북한 무장간첩이 3차례에 걸쳐 이 곳을 따라 우리 지역으로 침투했으며 이번에 민간인 1명이 월북한 곳도 역곡천에서 서쪽으로 200m 떨어진 지역이었던 것으로 합신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 곳을 관할하는 군부대는 과거에는 역곡천 일대를 `요주의' 경계지역으로 삼아 삼엄한 경계태세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155마일 휴전선 일대에서 역곡천 만큼 침투로로 자주 이용된 곳이없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인 1명이 또다시 이 지역을 통해 월북했다는 것은 근무태만이나 군기문란이 빚은 결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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