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의 자금흐름이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했다. 중국 외환당국은 외국 기업들의 이윤송금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만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에서 비롯된 신흥국들의 자금유출 도미노가 중국으로 번졌을 가능성이 크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중국 경제참고보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지난달 412억위안(약 7조5,100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순매도했다. 한달 전인 지난 5월 668억6,000억위안을 순매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에서 외화가 순매도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핫머니 유입으로 그동안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온 외화매입 잔액은 27조3,887억위안에 그쳤으며 시중은행들의 외화판매 결제도 6월에 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WSJ는 중국에서 외화매수나 매도는 대부분 인민은행이 주도하는 만큼 인민은행의 외환매입 잔액 증감은 중국 내 외국인자금 유출입 현황을 알려주는 핵심 지표라고 설명했다.
WSJ는 이처럼 중국에서 외화가 유출되는 것은 6월 중국 금융권의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 투자가들이 자금을 빼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다. 실제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중국이 그림자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등 금융개혁에 나서자 이재상품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화되는 점도 자금유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6월 수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해 외국 통화수요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핫머니 유입을 막기 위해 허위송장 수출 단속에 나서며 핫머니 이탈이 이어졌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환관리국은 당장 중국에서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철수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외환관리국 관계자는 경제참고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증권투자를 위한 해외자금 유입도 이어진다"며 "급격한 유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6월의 자금유출에 대해 "외국 투자기업들의 이윤송금이 많은 6월을 전후한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내외 전문가들은 6월 자금 순유출이 중국 자본흐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의 자금유출 흐름에서 중국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6월 글로벌신흥시장(GSM)펀드에서는 총 126억7,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류웨이밍은 "외환매입 잔액이 급증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며 "증가한다 해도 속도가 대단히 느릴 뿐 아니라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화자금 유출로 금융당국이 통화정책을 다소 느슨하게 풀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외화자금이 유출됐다고 해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