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을 상대로 사실상 시장개방을 요구했다. 미국은 KT와 SK텔레콤의 기존 망을 활용해 국내 시내전화ㆍ이동전화ㆍ국제전화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애틀에서 이틀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7일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 측이 통신분과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상호접속, 망 세분화, 재판매 부담을 적극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 측이 해저 케이블 사업자의 국내 육양설비 접속 허용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통신 분야에서 ▦기술표준 자율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 이외에 이 같은 요구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가입자나 매출이 타사보다 월등히 많은 기업으로 한국에서는 KT(시내전화)와 SK텔레콤(이동전화)이 해당된다. 미 측의 요구가 수용되면 미국의 거대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은 KT와 SK텔레콤의 기간통신망을 이용해 국내에서 거의 모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미 측은 유선 분야의 지배적 사업자에 망 세분화, 재판매 등의 의무가 이미 있고 무선 분야는 지배적 사업자가 없어 영향이 거의 없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10년 동안 15조원을 투자한 설비에 미 측이 무임승차하겠다는 얘기” 라며 “양국이 똑같이 개방해도 사실상 미국 기업만 사업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 측의 해저 케이블 사업자의 국내 육양통신 설비접속이 허용되면 KT와 데이콤의 국제전화 사업에 타격이 클 전망이지만 통신기반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양국간 협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편 미 측은 지난 6일 열린 첫날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 중 이미 수출물량이 많은 옥수수ㆍ대두 등의 시장개방 확대를 먼저 논의하자고 했으며, 의약품 분야 협상은 양측간 이견이 여전해 상당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