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미국ㆍ유럽 증시 하락, 미 국채수익률 급락 등 금융시장 파장이 연준의 발목을 잡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95% 급락했지만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선언 다음날의 하락폭인 4.4%에는 크게 못 미친다. 또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폭락하다 반등했고 유로ㆍ달러 환율도 거의 변동이 없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클 클로허티 미 금리전략 수석은 "그리스의 혼란상황에도 아직 드라마틱한 전염 조짐은 없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의 동반몰락 우려가 제기됐던 2010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그리스에 대한 미 은행권의 대출규모는 120억달러에 불과하다.
관건은 그리스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어느 정도까지 충격을 주느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연준 전문기자인 존 힐센래스는 "아직 시장이 무질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서도 "그리스 여파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미 경제가 회복세에서 이탈할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푸에르토리코 디폴트 위기, 중국 증시 폭락 등도 우려 요인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17일 "그리스에 대한 미 경제의 노출 정도는 매우 제한적"이라면서도 "유로존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으면 그 영향이 미국에도 전이되면서 성장 전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연기 전망에 대한 베팅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에서 거래인들은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35%로 추정했다. 26일 45%에서 일주일 만에 10%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연준도 통화정책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리스 사태의 향방이나 추가적인 미 경제지표를 지켜볼 것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은 "연준은 9월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월가의 '희생양' 찾기도 한창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NP파리바의 리처드 일레이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한 신흥국으로 페루ㆍ인도네시아ㆍ콜롬비아ㆍ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이른바 '픽트(Picts)'를 지목했다. 그는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며 "이들 국가는 유동성 부족, 높은 외국인 투자 비중 등의 리스크 요인 때문에 자금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