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숫자놀음 그만 … '대못 규제'부터 풀어라

■ 이노베이션 코리아

단순 총량만 줄여선 의미 없어

이해집단·부처 이기주의 맞서

핵심 규제 없애야 개혁 성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밝히면서 자신이 직접 규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규제 혁파가 정부의 정책담론으로 떠오르곤 했지만 올해 정부의 움직임은 예년과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 10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8일 "역대 정권에 이어 이번 정권도 초기에 규제혁파를 외쳤지만 수도권 규제 등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상 그대로"라며 "이번에도 목소리만 크게 끝나지 않을까 싶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규제혁파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싶다면 단순히 규제의 총량을 숫자로만 줄이는 겉치레 행정에 머물러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해집단의 반발과 이에 편승한 일부 부처들의 이기주의로 '대못'처럼 박힌 핵심 규제를 없애지 않는 한 규제효과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국회에 매우 이례적인 법안이 한건 제출됐다. 국회의원들의 법안발의가 과도해 각종 규제를 양산한다면서 법안발의 절차를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제안자는 여당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국회의원이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스스로 나설 정도로 대한민국은 규제공화국의 오명에 젖어 있다.


실제로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국내 규제건수는 지난 5년 동안 22.7%나 증가(2008년 말 1만2,273건→현재 1만5,063건)했다. 그나마 이는 중앙정부 부처만의 규제를 꼽은 것이다. 이와 별도로 지방자치단체들의 규제를 짚어보면 현재 5만2,540건에 달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를 모두 합하면 대한민국에는 모두 6만3,843건의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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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올해만 봐도 해가 바뀐 지 불과 8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17건의 규제(중앙부처 9건, 지자체 8건)가 새로 시행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규제가 한번 도입되면 좀처럼 폐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8일을 기준으로 시행 이후 10년 이상 존속한 규제가 전체 규제의 39%(2만4,940건)나 됐다. 규제가 한번 시행되면 경제에 새 살이 돋아나는 것을 막는 굳은살로 변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 제조업체 CEO는 "규제 중 파급효과가 큰 '광범위 규제', 장기간 지속된 '화석 규제', 경제주체들에게 투자·소비의욕을 위축시킬 수 있는 '상징적 규제' 등 이른바 '3대 대못 규제'를 해소하지 않는 총량규제는 전시행정·숫자놀음에 그칠 수 있다"고 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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