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發 금융위기] 국내 IB모델 적합성 노란

"한국형 IB모델 구축 기회 삼아야"<br>대형 IB 잇단 퇴출에 "한국판 골드만삭스 환상 버려야"<br>"IB붕괴 속단은 일러" 리스크 관리·시스템 개선 주장도

리먼브러더스ㆍ메릴린치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지향점이었던 IB 모델이 적합한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월가에서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던 상업은행은 전성기를 맞은 반면 IB는 골드만삭스처럼 지금 살아남은 회사도 도산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환상은 버려야=세계 5대 IB에 포함됐던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는 각각 상업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넘어갔다. 월가의 대표주자였던 IB들이 잇따라 퇴출된 반면 예대 마진에 주력하던 전통 은행들이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국제 금융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적은 자본으로 큰 레버리지 투자에 집중해온 월가식 IB 모델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들과 달리 IB들은 느슨한 규제ㆍ감독 하에서 고수익ㆍ고위험 투자에 나섰다가 100여년 전통의 회사를 순식간에 파산 위험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IB 모델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질의를 통해 “IB를 모델로 삼았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초 국내 증권업 성장동력으로 꼽혔던 파생상품 시장 및 직접투자 부문의 성장은 미국에서 대형 IB의 몰락을 불렀기 때문이다. 여은정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통법 시행은 대형 IB 출현의 기본 환경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IB 모델의 밑그림을 그릴 때 미국 편향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 연구위원은 “IB 모델은 미국형은 물론 유럽형도 있다”며 “여러 시스템을 비교해 IB 모델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B 모델의 붕괴는 아니다=하지만 일부 부작용에도 IB 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진영욱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1980년대 중남미 국가의 모라토리엄 위기 때는 이들 국가에 돈을 빌려준 BoA가 조만간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며 “언젠가는 다시 IB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 등 일부 IB가 자문ㆍ인수ㆍ중계 등 고유 업무보다는 부동산 부문에 대한 자기자본 투자 등에 집중하다가 도산의 위기를 맞았을 뿐 IB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찰스 달라라 미국 국제금융연합회(IIF) 총재도 이날 한국무역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IB는 지고 상업은행이 뜬다고 말할 수 없다”며 “과도하게 레버리지가 높은 도매금융에 의존하는 모델은 끝났지만 IB는 다변화된 포트폴리오에 역동성을 제공하는 역할로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금융ㆍ증권의 IB 능력이 매우 낙후된 국내 실정에서 IB 회의론은 섣부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IB를 하지 말라는 것은 GMㆍ포드가 어렵다고 자동차 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 등 간접 금융에 편중된 자본시장을 직접 금융시장과 균형을 맞추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의 금융위기를 국제 무대 진출과 한국형 IB 모델 구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금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상적인 금융 환경이라면 미국 IB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IB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는 미국 IB의 약점이었던 리스크 관리, 평가 시스템 등을 개선해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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