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업체 수천억대 환손실…주식·금융시장 전반 악영향

환율이 약정구간 이탈땐 큰 손실…시간 갈수록 피해업체 늘어날 듯


외환시장에 환헤지용 파생상품인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발 경보가 발령될 조짐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키코와 연관된 달러매수 수요가 잠재적으로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향후 ‘얇은’ 시장에서 환율 상승을 견인할 만한 충분한 파괴력을 지녔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수출업체 달러매수→환율 상승→환손실 증가→주가 하락 등 키코발 파장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키코’가 뭐기에=키코는 은행권이 판매하는 환헤지용 통화옵션 파생금융상품이다. 시장환율이 계약환율 안에만 머물면 업체에 유리하나 환율이 급등하면 위험성은 치명적이다. 상품구조는 이렇다. 은행은 계약 환율 상ㆍ하단을 정한다. 시장환율이 범위 내 있으면 업체는 시장가보다 높은 계약가로 외화(달러나 유로)를 팔 수 있다. 환율이 계약조건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이 무효화돼 손해가 없다. 문제는 환율이 상단을 넘어가는 경우다. 요즘처럼 환율이 예상치를 웃돌며 한번이라도 계약환율 상단을 터치하면 업체는 계약금액의 2~4배를 시장에서 사서 터무니없이 낮은 약정환율로 은행에 매도해야 한다. 이는 계약환율 범주 내 머무를 확률은 높은 반면 넘어설 확률은 적기 때문에 업체가 풋옵션 1개를 매수할 때 은행 측에 프리미엄을 얹어줘 콜옵션 2~4개를 매도하는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예컨대 A사가 은행과 계약금 1,000만달러, 만기 1년, 환율 900~950원 계약을 맺었다고 치자. 만약 환율이 1,040원대로 급상승하며 계약상단(950원)을 벗어났다면 A사는 약정액의 두배(2,000만달러)를 950원에 은행에 팔아야 한다. 달러당 90원이라는 엄청난 환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외환시장 파괴력은=키코는 정부가 외환시장 매수개입에 손을 뗀 지난 2005년 환율 하락기에 등장했다. 특히 한때 환율 900원대가 붕괴되며 800선 전망이 나온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 판매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키코 규모는 대략 150억~200억달러.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이 판매한 환헤지용 상품은 430억달러가량으로 이중 키코 규모는 150억달러 안팎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정확한 자료를 내놓지 않는 은행권의 속성상 상품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추정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계약 잔액의 2~4배에 달하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환율이 1,040원대로 치솟은 이상 거의 모든 계약업체들은 환손실을 입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시장에서 달러를 사야 하기 때문. 결국 이는 고스란히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고환율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키코 관련 달러 매수가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율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담당 임원은 “키코는 만기 구조상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시장의 폭발적 잠재 수요”라고 전했다. ◇‘키코’ 파장 본격화되나=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 문제는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업체의 ‘울며 겨자 먹기식’의 달러매수에 따른 환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실제로 업체들의 1ㆍ4분기 환손실 ‘고해성사’가 잇따르고 있다. 두산엔진을 비롯해 대양금속ㆍ제이브이엠ㆍ현대중공업 등 수출업체 등이 적게는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수천억원대의 환손실을 입은 것. 시간이 갈수록 환손실 업체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환손실 문제는 업체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극단적으로 기업생존권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시장에서는 키코와 관련된 달러매수 수요가 1,000억달러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며 “수급구조가 얇은 외환시장에서 키코 변수는 환율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환율 급등에 따른 업체의 엄청난 환손실은 고스란히 기업 경영이익 악화로 이어지는 등 주식 및 금융시장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업체들이 금융당국에 ‘은행권이 환손실을 배상하라’고 민원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업체들은 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모 은행은 계약업체의 약속 불이행에 대비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키코 후폭풍이 상당 기간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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