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은행 제주지점 때아닌 '대출전쟁'

대한5일후∼입춘3일전까지 '액운 없는날' 이사수요 몰려<br>은행들 대출·상담 건수 급증… 초과근무·야근 등 반복 홍역


"일이 밀려 매일 초과근무와 야근을 반복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전쟁 같습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제주지점들이 최근 대출상담과 대출요청이 크게 늘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출상담 건수는 평상시보다 많게는 5배 가까이 늘었고 대출승인 건수도 2~3배 증가했다. 대출수요가 갑자기 몰리다 보니 직원들은 상담과 대출승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거의 매일 초과근무와 야근을 반복할 정도다. 하나은행 제주지점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제주도민들 중 70~80%는 여전히 이 시기에만 이사를 한다"며 "대출상담은 2배 정도 늘었고 대출금액은 1.5배 정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제주지점의 한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한 달에 20~30건 정도이던 대출이 최근 20일 동안 80건이나 이뤄졌다"며 "제주도에서는 이 시기를 제외하면 매매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밀려드는 대출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초과근무와 야근을 거의 매일 하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은행 제주지점들이 때아닌 '대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은 '신구간(新舊間)'이라는 제주 지역 특유의 풍습 때문. 신구간은 절기상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 전까지로 제주도민들은 이 기간에 지상을 다스리는 신들이 옥황상제에게 올라가서 결과를 보고하고 또 다른 임무를 부여 받고 내려온다고 믿고 있다. 집안에 머무르는 신이 1년 중 이때만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이사를 하거나 집을 고쳐도 액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올해 신구간은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로 이사수요가 몰릴 뿐만 아니라 건설회사들도 이때에 맞춰 입주 날짜를 정한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신구간을 맞아 약 2,700여채의 공동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며 이를 포함해 신구간 기간에 총 5,000여가구가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지점의 경우 한 해 대출실적이 신구간 실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보통 신구간은 설을 전후해 있는 경우가 많아 제주지점 직원들은 매년 이맘때 홍역을 치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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