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책의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야당이 부자증세 법안을 내놓는 데 한나라당이 가만히 있으면 부자 정당 낙인이 찍힌다”는 이유로 기습 처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 개정안은 열심히 일해 성공한 억대의 근로자나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주로 대상으로 근로소득에 과세를 확대한 것”이라면서 “대기업 대주주인 부모에게 주식을 양도받은 자식이나 파생상품 투자,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 양도차익,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지하경제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로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데 국회가 세금문제를 너무 즉흥적으로 취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도 “지난 연말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두 번하면서 정책통 의원들이 설명했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안 된다. 부자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는데 선거 때까지 시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대로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당초 국회에서 통과한 소득세 법안에는 추가 감세 철회만 들어있었지만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28명과 이용섭 의원 등 민주통합당 22명, 무소속 2명의 의원이 소득세 과세표준 2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38%의 세율을 매기는 수정안을 본회의에 직접 제출하면서 한나라당은 ‘비상’이 걸렸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계 의원, 정책통 의원들은 내년 이후 공약에서 조세 전반을 다루되, 주식투자 등 금융에 세금을 매기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두언 의원조차 소득세 수정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고소득자의 근로소득이 아닌 금융과 부동산 소득 등에 과세를 강화하자고 주장해왔다. 한나라당은 결국 비판을 최소화하면서 부자 증세에 반대하지 않는 인상을 주기 위해 2억원 초과 과표기준을 3억원 초과로 높였다. 이한구 의원은 “사고가 커질 것을 막는 임시 대응책이었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비대위 회의에서 소득세 수정안 논의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본회의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이 여러 차례 밝혀온 정책 소신이 뒤집어 지는 데도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