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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 전철밟나" 우려

■ 금융위 "지분형 아파트 투자자금 유동화 어렵다"<br>ABS 발행 쉽잖고 10년간 전매제한 걸려<br>나랏돈으로 수익 보장땐 재정부담도 커져<br>정부 "강행이냐 용도폐기냐" 깊은 시름


기관투자가들은 일반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때 수익성ㆍ안정성과 더불어 자금회수 가능성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지분형 분양주택은 이들 요소 가운데 투자자금의 회수 가능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게 금융위원회 보고서의 결론이다. 전매제한으로 해당 주택의 매각까지는 1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다 주택을 담보로 한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도 어렵기 때문이다. 유동화 검토 작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유동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분형 아파트는 성공할 수 없다”며 “흐지부지된 참여정부의 반값 아파트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방법이 전혀 없지 않다. 정부가 나랏돈으로 수익을 보장하거나 분양계약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받으면 된다”며 “하지만 이는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뿐더러 지분형 분양주택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강조했다. 유동화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정부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경제운용 방향에서 지분형 분양주택에 대한 세부 추진일정을 잡지 못한 채 원론적인 내용만 담을 수밖에 없었다. ◇유동화가 중요한 이유는=지분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3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소유자는 이중 51%인 1억5,300만원만 내면 된다. 나머지 49%인 1억4,700만원은 투자자가 부담하게 된다. 소유자는 소유권ㆍ매각권ㆍ임차권을 보유하고 투자자는 임의로 주택을 팔 수 없다. 지분형 아파트는 10년간 전매제한을 받는다. 결국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10년 뒤 수요자가 주택 매각시 시세차익에서 지분 비율만큼 받는 것이 유일하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전매제한 기간 중이라도 조기에 자금을 회수(유동화)하는 방법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지분형 아파트의 유동화 방안을 검토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ABS 발행 사실상 불가=금융위는 검토 끝에 ‘사실상 곤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ABS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신용등급도 매기고, 투자기간 중 이자ㆍ배당 등의 소득이 있어야 하고, ABS가 유통돼야 하는데 지분형 분양주택은 이 같은 조건 중 어느 것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보고서에서 “투자기간 중 이자수익 등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아 전매제한 기간인 10년 후 처분된다고 가정할 경우 집값이 최소 2배 이상 상승해야 하는데 이 또한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현 조건에서 ABS 발행을 강행하더라도 증권 발행을 통해 조기에 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는 비율은 초기 투자자금의 38%선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비율은 매우 낮은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지분형 아파트가 출발도 못해보고 주저앉을 상황에 놓인 것이다. ◇깊어지는 정부의 고민=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분형 분양주택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가 커 정책을 폐기했을 때 돌아올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재정을 통해 이익을 보장해주면 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밖에 분양계약자가 10년간 거주하는 동안 월세를 투자자에게 주는 식으로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들은 재정부담 증가, 연기금 동원에 따른 논란, 지분형 아파트의 메리트 상실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돼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보고한 경제운용 방향에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분형 분양주택에 관련된 사항은 간단히 언급하는 수준에서 넘어갔다”며 “관계부처가 열심히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 뚜렷한 방법을 찾지는 못한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정부담을 안고서라도 지분형 분양주택을 밀어붙일지, 아니면 용도폐기를 선언할지 정부가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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