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2월 도입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시장이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PEF 수가 지난 5년 새 6배 가까이 늘고 기관 투자자 등 자금이 매년 수 조원 가량 몰릴 정도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해 말 현재 국내 PEF는 총 226개사로 2011년 말(181개사)보다 45개사(24.9%) 늘었다. 2007년 단 44개사에 불과했던 PEF는 2008년 76개사에 이어 2009년 110개사로 늘고 2010년과 2011년 148개사, 181개사로 증가하는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새롭게 설립된 곳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블라인드PEF(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운용회사(GP)의 운용능력을 기초로 투자자를 모집해 설립한 PEF)로 전체(60곳)의 51.7%(31개사)에 달한다. 지난 3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곳은 프로젝트PEF(투자대상을 사전에 정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설립한 PEF). 2010년 신규 프로젝트 PEF는 18곳에 불과했으나 지난 해에는 29개사가 설립됐다.
PEF수가 늘면서 새롭게 유입되는 자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해 국내 PEF에 유입된 자금만 9조7,000억 원에 달해 지난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관 투자자 등이 쏟은 투자액도 2007년 5조원에서 지난 해 말 40조원으로 이 기간 8배 가량 급증했다.
이처럼 PEF에 몰리는 자금이 늘고 있는 것은 대형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글로벌 경기 불황 등에 따른 투자 수익률 저하에 대처하고자 주식과 채권 등 기존 투자처에서 자금을 대체투자(AI) 수단인 PEF 쪽으로 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나 중국, 일본 등 해외 기관 투자자 참여가 늘고 있다는 점도 PEF 유입 자금이 증가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측 관계자는 “지난 해 국민연금이나 정책금융공사 등이 PEF에 출자한 자금은 4조6,000억원 가량으로 전체의 47%에 달한다”며 “국내 대형 PEF들을 중심으로 캐나다와 중국, 일본 등 해외 기관 투자자 자금 유입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투자액이 늘면서 PEF의 투자처도 보다 다양해지는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며 “지난 해 PEF가 투자한 곳은 건설과 소매, 제약 운송, 금융 등 총 102개사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적으로 꼽히는 부분은 기존 투자 관행의 개선.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우량 운용회사에 적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올바른 투자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도 외국 투자자들과 같이 우량 운용회사에 높은 운용 보수를 지급하는 투자 문화가 자리 잡아야 PEF의 또 한번의 성장이 가능하다”며 “현재의 투자관행이 지속될 경우 전문인력을 보유한 기존 PEF 운용회사들이 외국 기관 투자자 자금을 선호할 수 밖에 없어 국내 자본 육성이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EF 운용기간 발행하는 고정 보수인 관리보수(Management fee) 비율은 지난 해 말 현재 1.12%로 내년 줄어드는 추세다. 2007년만 해도 약정금액이나 투자금액의 1.73% 이르렀던 관리보수율은 2008년 1.51%로 줄고 2009년 1.63%, 2010년 1.31%, 2011년 1.23%까지 감소하며 현재는 1% 붕괴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