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컵 맹신/이경문 문화체육부 차관(로터리)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한·일 공동개최 확정후 각 지방마다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한 노력과 지방간의 경쟁이 치열해져가고 있다.지방에서 월드컵 개최를 유치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월드컵유치와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 아닌가 한다.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지난 6월이후 지역마다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치기원 시민결의대회, 체육대회 등의 행사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어 전국이 월드컵유치 열망으로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심지어 어느시는 유치염원 예금통장 갖기 범시민 캠페인을 벌인지 두달만에 1백억원의 예금가입 실적을 올렸고 또다른 시는 운동장 부지를 확보해 두었다는 등 갖가지 얘기도 들린다. 장·차관실, 담당과에도 자기지역이 유치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홍보차 방문하는 주민대표나 지역 유지들의 발길이 잦아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이다. 어쩌다 지방에 출장을 가면 고속도로 입구에 『월드컵은 ○○지역에서』라는 플래카드가 예외없이 보이는가 하면 지방관서장들의 면담 요청이 따르게 된다. 문체부 생긴이래 이같이 인정을 받아 본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와같은 각 지역의 부산한 움직임들은 일응 월드컵을 제 고장에 유치하려는 순수한 염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너무 과열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각 지방은 도시의 크기나 인구규모, 주민들의 축구열기 등을 감안할때 대규모 축구경기장의 건설이 적합한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5개소이상의 국제수준 호텔을 새로 짓는데 필요한 민자 유치는 과연 용이한가, 또 대회후 관리나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인지 등에 대해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할 것이다. 월드컵 개최도시로 선정되는 것이 곧 지역의 자존심을 세우고 지역발전과 주민의 국제화 등 모든 것을 보장해 주는 「마이더스」의 손은 결코 아니다. 각 지방은 대회개최로 주민이 짊어져야할 부담이나 고통은 물론, 다른 긴요한 분야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문제 등을 충분히 살피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할 것이다. 월드컵축구대회 개최지선정과정에서 각 지방간의 지나친 유치경쟁으로 홍역을 앓고, 개최지로 선정되지 못한 도시들의 불만이 지역간의 갈등으로 비화된다면 오히려 대회를 유치하지 않음만 못한 결과가 생길지도 모른다. 무엇이 월으컵 개최를 통한 나라 발전과 국민의 선진화에 도움이 되는 길인가를 냉철하게 생각할 줄 아는 지혜가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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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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