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형오의 게임이야기] 전쟁게임

미국의 중견 게임회사 마이크로프로즈가 개발한 게임중에 `팔콘 4.0`이란 작품이 있다. F16 전투기를 조종하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공군사관학교나 비행훈련학교에서 교재 겸 오락수단으로 사용할 정도로 사실성이 뛰어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난 99년 초 한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2년 뒤에야 출시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당시 공연윤리위원회)가 사실상 출시를 금지하는 `심의보류`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임의 시나리오와 배경이 한반도였고 게이머로 하여금 북한을 공습하게 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는 점이 이유였다. 실제로 이 게임 속에는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주요 대도시가 폭격 타깃으로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게임을 수입하려고 했던 회사와 비행 시뮬레이션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은 “게임은 게임일 뿐인데…” 하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원망했었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 일어나면서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명가로 손꼽히는 미국의 웨스트우드 스튜디오가 EA를 통해 최근 출시한 `커멘드&컨커: 제너럴`은 미국과 이라크간의 워(War)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전쟁 시나리오와 첨단무기 등이 현실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출시시점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 듯 싶다. 전쟁특수를 노린 게임회사의 마케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온라인 게임회사도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한 이벤트를 연출해 게이머들을 자극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실제로 가공할 만한 첨단무기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남의 나라 전쟁이고, 게임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전상황이 벌어졌을 때 다른 나라에서 이를 소재로 만든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섬뜩한 생각이 든다. 게임브릿지 대표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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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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