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된다고 하면 전부 한 곳으로 몰려가는 ‘시장 쏠림’ 현상이 문제입니다. 저축은행이 어렵다고 하지만 원칙을 갖고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D저축은행의 은행장이 최근 저축은행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다가 들려준 말이다. 입만 열면 “당국의 규제, 열악한 시장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엄살을 떠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인 탓에 그의 발언은 신선하게 들렸다.
요즘 저축은행업계는 “예금은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먹고 살 사업도 없다”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짭짤했던 개인 소액신용대출이 지난 2003년 카드대란으로 망가진 데 이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되던 부동산PF 대출마저 버블우려에 따른 당국의 규제로 사실상 중단되자 “이제 어떻게 견뎌내냐”며 불만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는 과연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자성부터 해야 한다. 단기 업적에 연연해 남들이 하는 사업만 좇아가다 보면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는 결국 시장실패로 귀결된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미국 서브프라임발 사태도 시장쏠림이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척박한 시장 풍토에서 D저축은행은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1%로 우량 시중은행과 맞먹고 자기자본비율(BIS기준)도 10.10%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시장 쏠림에 편승해 규모를 급격히 키우지 않는 대신 매년 평균 15~20%의 안정적 자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해외 투자 등 꾸준한 수익창출을 위한 역량 강화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급여 대비 5%를 스웨드뱅크 등 직원의 해외은행 연수비에 투자하고 자통법에 대비해 올 사업년도까지 전 직원의 100% 자격증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무리한 이익 추구가 아니라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안정적 수익기반 역량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라는 D저축은행장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