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타이틀전은 6개다. 한국이 주최하는 LG배와 삼성화재배, 일본이 주최하는 후지쯔배와 도요타덴소배, 대만이 주최하는 중환배와 응창기배가 그것이다. 응창기배를 주최하는 응창기재단은 원래 대만에 있었으나 지금은 중국 본토를 자주 드나드는 형편이므로 중국기원은 응창기배를 자기네가 주관하는 기전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세계타이틀전은 모두 선수권전 형식이다. 전기 우승자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시행해온 도전기 형식과는 사뭇 다르다. 제12기 LG배의 결승 3번기는 이세돌과 한상훈이 다투었지만 제13기에는 이들이 본선시드를 받았을 뿐 본선 1회전부터 새로 시작했다. 이세돌을 찾아온 상대는 일본의 장쉬 명인이었다. 전년도에 8강전에서 이세돌에게 불계패한 장쉬로서는 설욕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장쉬는 2007년 1월 도요타덴소배 결승전에서도 이세돌에게 2대1로 패배했다. 장쉬의 흑번. 미리 포석 구상이 되어 있었는지 장쉬는 빠르게 두어 나갔다. 이세돌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백12를 두기에 앞서 이세돌이 쓴 시간은 20분. 그 사이 기사실의 서봉수9단은 진지한 얼굴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고 그 옆에서 필자는 참고도의 백1 이하 11을 그려놓고 서봉수에게 물었다. "이렇게 되면 백의 실리가 좋잖아. 이세돌이 이 침입을 검토하느라고 시간을 쓰는 것일 거야."(필자) "백이 그렇게는 안 둘 거야. 싸움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거든."(서봉수) 과연 이세돌은 우하귀 삼삼에 침입하지 않고 실전보의 백12로 두텁게 지켰다. 흑17은 이세돌이 즐겨 두는 슬라이딩인데 장쉬는 상대의 주특기를 짐짓 자기가 사용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백18의 걸침은 필연이다. 장쉬의 흑19를 보고 서봉수가 소리내어 웃었다. "보기 드문 실리 챙기기야. 장인에게 배운 모양이군. 후후후." 장쉬의 장인은 고바야시 고이치. '지하철류'라고 불린 실리 챙기기의 화신이다.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2회전 ○ 이세돌 9단 ● 장쉬 9단 (2008년 5월26일 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