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뭉칫돈 게릴라식 출몰] 초저금리 부작용 점차 현실로

`돈이 될 것 같다` 싶은 투자수단이 등장하면 예상을 넘는 엄청난 돈과 수많은 투자자들이 어디서 나왔나 싶을 정도로 몰린다. 주상복합 청약에 하루 1만명이 줄을 서는 것은 예사고 유망 공모주는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일, 증거금만 수조원에 이른다. 수요조사 결과 안 팔릴 것으로 걱정돼 발매를 미루고 미뤘던 은행의 하이브리드(신종자본증권)까지 `연율 8.5%`라는 포장 하나만으로 순식간에 1,000억원 어치가 동났다. 우려했던 `초저금리`의 부작용이다. `떠돌아 다니는` 380조원의 자금이 각각의 성향별로 지금도 `투기 대기중`이다.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주식은 주식대로, 간접투자는 간접투자 대로 뭔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리다가, 일순간 휩쓸고 다시 잠적한다. 이러한 투자성향은 예금금리가 속락하고 증시침체가 이어진 지난해 4ㆍ4분기부터 부쩍 심해지더니 지난 4월말 콜금리인하가 예고되고, 이 달 13일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극에 이르고 있다. 금리가 더 떨어진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부동자금의 물꼬를 잡아 산업자금의 선순환 구조로 돌려야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 근본적으로 경기다.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 시작해야 손 쓸 방법이라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금리인하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 `고위험`감수하고 `고수익`좇아=북핵사태와 이라크 전쟁,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등의 여파로 `안전한 곳`만을 좇던 뭉칫돈들이 대이동하기 시작했다. 은행 저축성예금은 이달들어 답보상태. 투신사의 MMF등으로 약간 돈이 들어왔지만, 더 이상 예금이자에 기댈수 없어 무작정 빠져나온 자금들이 방황하고 있다. 부동산은 물론 돈이 된다 싶은 투자수단이 등장하면 한꺼번에 이리저리 출몰하는 게릴라식 투자행태를 띠고 있다. 외환은행이 국내에서 처음 판매한 하이브리드가 고위험에도 불구하고 반나절 만에 동이 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투자자들도 `위험`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기회가 워낙 없다 보니 뭔가 눈에 띄기만 하면 순식간에 에워싸 버린다. 부동자금은 갈수록 공격적이고, 군중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상복합, 다시 수혜주로 등장 =정부의 `5ㆍ8주택시장 안정조치` 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주상복합아파트. 16일 청약을 마감한 삼성트라팰리스는 3만명 이상이 청약했다. 또 이달말 청약예정인 성동구자양동의 포스코건설 `더샾 스타시티`는 인터넷 접수만 3만2,000명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 아파트의 프리미엄도 급등하고 있다. 로열층의 경우 5,000만원선의 프리미엄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미 청약을 마감한 주상복합아파트의 프리미엄도 함께 오르고 있다. 인기지역인 잠실, 용산, 마포 등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이 최근 들어 1,000만원 가량 더 뛰었다. 침체를 면치 못하던 테마상가 등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상계동의 한 쇼핑몰은 열흘새 1,300여 개의 점포를 모두 분양하는가 하면 청약률이 낮았던 영등포동 한 상가 역시 90% 이상 분양을 완료했다. 토지로도 자금은 계속 몰리고 있다. 특히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된 주변의 경우 최근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금리인하 부작용, 점차 현실로=결국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가 자금흐름의 선순환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당초 기대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부동자금의 투기화 등을 더욱 부추겨 시장왜곡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안전성과 수익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못한 시장상황 탓에 일부는 안전자금에 그대로 남고 나머지 자금은 먹을 것(고수익)을 찾아 개미떼처럼 몰려다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대기성 자금들이 틈새시장을 찾아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몸집을 불려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금리인하 정책이 당초 우려했던 부작용을 키워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우,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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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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